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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자산의 현상과 미래
- 최공필 온더 디지털금융연구소 소장 (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
- 2021-09-16
<div class="read-content"> <p>소위 암호자산은 디지털 네트워크와 암호기술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참여를 가능케 함으로써 새로운 범주의 자산가치를 생성하고 이전을 가능케 한다. 이는 우리 금융 생태계의 확장과 가치창출 기반의 확대 가능성을 의미한다. 다만 초기의 기대를 넘어서 제대로 된 자산의 범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수의 검증과정을 거쳐 새로운 법과 규제체계로 범사회적인 신뢰토대를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현재의 지배구조와 규제체계로는 새로운 가치창출의 과정과 결과물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전혀 다른 배경과 작동원리로 만들어지는 가치를 평가할 기준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과도기적 상황에서는 암호자산의 잠재적 자산 가치 기반자체가 기존의 것과 상이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미래지향적으로 보다 포괄적인 기준을 통해 점진적으로 평가해가는 원칙마련이 바람직하다.</p> <h3>가상자산 거래소를 둘러싼 이슈들</h3> <p>암호자산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것들이 출현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세간의 이해도나 주변의 여건은 크게 바뀐 것 같지 않다. 3년여 전의 가상화폐 광풍이 잠잠해진 이후,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인광풍은 더욱 거세게 한국사회뿐 아니라, 세계 전체를 흔들어 놓을 정도로 광범위한 파장을 남기고 있다. 사실 이미 상당기간 동안 암호화폐란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에서부터 가상자산 거래소의 규제 필요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논의가 다양한 만큼 당분간 의견수렴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절대 서두를 사안이 아니며 보기에 따라서는 시간을 두고 다수의 검증을 거쳐야 하는 잠재적으로 중요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자산은 사회적으로 가치가 인정되는 유무형의 대상이지만, 가상이라는 표현이 적용되는 이유는 아직 법정이 아닌 민간주체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엄연히 부동산을 포함하면 세상의 전체 부가 400조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데, 코인마켓캡의 시총을 다 합한다 해도 2조 달러 수준을 하회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규모도 일천하고 법적으로 정의되지도 못하는 대상에 대해 왜 세계가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p> <div class="figure"><img src="/images/site/letter/202102_fig_1.png" /> <div class="tit tit2"><em>그림 1</em>CoinMarketCap 집계 암호화폐 상황(2021.09.12.오전 8:55)</div> </div> <p>이러한 현상은 외견상 역사적으로 관찰되었던 버블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다른 버블사례로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암호자산 주변상황은 코로나 사태의 언택트 경제와 연관된 디지털 전환이라는 상황을 배경으로 전개되고 있어 단지 투기적 요소를 파악하고 관리하려는 시각만으로 대응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간 대표적인 버블사례인 튤립이나 원자재 버블은 해당 가격만 안정되면 그만이었지만, 암호자산의 버블현상은 기존의 틀을 바꾸는 차원의 근원적이고 본질적 변화가 내포되어 있다. 즉, 단순한 특정 코인의 가격에 대한 기대보다 본질적인 차원의 변화에 관한 기대와 평가가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디지털 전환은 모든 분야에 걸쳐 진행되면서 실로 인간사회의 기본적인 경제활동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실 둘러보면 우리들이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방식부터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이르기까지 변화의 파장은 어김없이 강력하게 전달되고 있다. 따라서 암호자산에 대한 인식체계 변화가 일정 부분 필요하다. 물론, 경험법칙(heuristics)에 기초해 관점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보여지는 것들이 제한되어 있는 현실에서 당분간은 단기적인 시장안정 차원의 노력이 우선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차분하게 현재의 변화가 요구하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암호자산의 생태계는 크게 확대될 것이며 안정성과 더불어 역동성을 지켜나갈 수 있다고 보인다. 모든 것이 촘촘히 연결된 디지털 환경이 시사하는 새로운 방식과 이를 통해 구현되는 일련의 가치가 디지털 전환이 진전될 수록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가상자산 거래소 관련 이슈들은 궁극적으로는 암호자산의 미래에 대한 현 세대의 평가와 직결되어 있고, 우리의 대응여부에 따라 결과는 상당히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p> <p>현실적으로 가상자산을 최초로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주로 거래소를 통해 찾을 수 있다. 암호자산이 세상에 소개되는 과정은 천차만별이지만, 아직은 거래소를 통해 본격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거래소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암호자산의 현상을 파악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와 함께 미래에 관한 전망도 거래소 중심의 거래패턴에서 탈중앙화된 거래소(DEX: Decentralized Exchange)로의 이전을 밀착 추적하면서 가능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탈중앙화된 거래소(DEX)는 중앙화된 거래소의 해킹 등 취약부분을 보완한 것으로 거래상대방과의 연결만 허용하고 사용자의 자산은 각자 자기 지갑에 프라이빗키와 함께 보관하기 때문에 중간개입 여지가 적으며 도난당할 일이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소의 형태를 의미한다.</p> <h3>도입 초기의 암호화폐 논란</h3> <p>거래소에 관한 논의 이전에 우선 암호자산이 세상에 선보인 것은 비트코인을 통해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이름도 생소한 암호화폐는 가장 독점적으로 지켜져 왔던 국가의 화폐주조권에 대해 던지는 무거운 질문이다. 전통적으로 법적으로 인정하는 국가의 독점적인 화폐주조권은 현재 금융시스템의 근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며, 특히 달러 체제는 이러한 시스템의 핵심적 요소다. 디지털 네트워크가 깔리면서 가장 내밀하게 지켜져 왔던 국가 독점의 화폐주조권에 반해 민간들도 화폐 주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십년 넘는 검증기간이 걸리고 있다. 그러나 화폐도 자산의 일부이며, 따라서 논쟁이 법정화폐에 대한 대립각도에서 화폐중심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암호자산의 잠재성을 평가하는데 장애요인이다. 초기에 세상에 소개되는 과정에서 화폐라는 접점을 선택했기 때문에 기존 화폐의 관점과 비교되는 현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암호자산은 기존 화폐를 대체하는 또 다른 화폐의 역할이 아니라, 자산범주까지 확장시킬 정도로 그 파괴력이 심상치 않다. 이미 객관적 시각에서 볼때 기존 국가가 부여한 법적주체의 신뢰토대로 작동하는 법정화폐만으로는 메타버스<a class="note-link" href="#fn-01" title="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뜻하는 '메타'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를 합친 말로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이는 3차원에서 실제 생활과 법적으로 인정되는 활동인 직업, 금융, 학습 등이 연결된 가상 세계를 뜻한다."><span id="rfn-01">1)</span></a>까지 확장된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활동을 허용하기가 쉽지 않다.</p> <p>기존의 화폐로 돌아가는 세상이 지금의 5G 환경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세계의 경제활동을 제대로 지원할 수 없다. 시스템 작동의 핵심역할을 수행할 법적 신뢰주체를 적절한 위치에 설정하기도 어렵고 광범위한 영역에 대한 실질적인 모니터링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어떠한 배경인건 간에 금융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면 제대로 투자가 어렵다. 당연히 새롭게 시도되기에 실적이 없는 암호자산의 영역에는 제도권의 자금이 흘러가기 어렵다.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와 기존 금융시스템은 이미 수차례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되었다. 게다가 그 후유증으로 현재 레거시 금융체제는 상당한 규제부담을 안고 있다. 위험한 곳에 자금이 흐르거나 고레버리지를 배경으로 사회적 안정망(social safety net)이 위험파악조차 어려운 투기적 요소가 내포된 행위에 연루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p> <p>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프로젝트는 다수가 참여하는 경제활동이 가능해져야 지속적 추진이 가능하다. 얼마전만 하더라도 제한된 재원을 집중시키고 각종 보증과 펀드등의 도움을 빌려 새로운 사업에 연결했으나 전례없는 미래를 준비하려면 과거방식으로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 실적이 탄탄하고 기득권들이 납득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신디케이트 형태로 돌아가는 데 탈중앙화 기반의 대중 참여 방식으로 가치가 만들어지는 프로젝트에 어느 금융기관도 선뜻 자금을 대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의 법과 규제체계가 각종 보증 장치 외에도 최대한 폭넓은 해석과 샌드박스 같은 실험적 공간, 그리고 safe harbor<a class="note-link" href="#fn-02" title="세이프하버 원칙이란 규제 당국이 제시한 요건이나 기준을 충족하면 해당 규범을 준수한 것으로 보아 더 이상 위법한 것으로 취급하지 아니한다는 원칙을 말한다."><span id="rfn-02">2)</span></a> 규정까지 동원하면서 새로운 프로젝트의 추진을 지원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인공지능 로봇, 메타버스의 영역에서 가늠할 수 있듯이 현재 꿈틀대는 미래 프로젝트의 잠재력은 간과하기 어렵다. 앞으로 가상자산이 법적으로 인정받는 자산으로 편입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궁극적으로는 법정과 가상의 구분이 크게 의미없는 상태로 발전할 수 있다. 탈중앙화를 배경으로 정부개입 없이도 다양한 거래를 통해 가치가 만들어지는 방식이 점차 부각되는 것은 엄연한 추세이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암호화폐 논란이 시사하는 핵심은 현재의 잣대로 미래의 것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동시에 투기적 요소의 관리실패로 새로운 영역에 대한 참여가 불법적 투자로 간주되는 일도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현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규제체계에도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사회적 에너지가 당장의 투기여부와 같은 탁상공론으로 흐르지 않아야 한다. 실제로 미래지향적 관점으로의 관점만 변화시켜도 현재 발생하고 있는 각종 논란은 상당 폭 정리가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메타버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특히 2-30대 젊은 세대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p> <div class="figure"><img src="/images/site/letter/202102_fig_2.png" /> <div class="tit tit2"><em>그림 2</em>그림 국내 암호화폐 거래 증가의 단면<br /> <span style="font-weight: normal;">(<a href="https://www.joongang.co.kr/article/24048064#home" target="_blank">https://www.joongang.co.kr/article/24048064#home</a>)</span></div> </div> <h3>암호자산 거래소 주변의 시장관행과 개선 필요성</h3> <p>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가기 위한 금융서비스가 가능해지려면 나름대로의 신뢰토대가 필요하다. 새로운 신뢰토대 위에서 구현되는 금융의 도구가 바로 넓은 의미의 가상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화폐다. 흔히들 법정화폐와 발행주체가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지만 기존세계의 시각에서 보면 암호화폐는 법정화폐의 영역 밖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아직은 첨병과 같은 파수꾼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리고 현실의 법정화폐와 법정화폐로 표시된 자산, 그리고 가상화폐와 그 자산의 주된 연결고리가 바로 가상자산 거래소다. 물론 아직은 제대로 규제감독체계가 정립되지 않아 마치 서부개척시대의 상황과 비슷하다. 간단한 아디이어가 코인으로 만들어져 뿌려지는 데다 투기적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모든 관심이 단기투기에 집중되고 있다. 단기수익에 자금이 몰리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미래 건설이라는 이후의 프로젝트 진행과정에 관한 공시의무 준수는 소홀하다. 실적이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가능성에 관한 검증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어렵다. 그렇지만 최선의 합리적 기준으로 상장되고 거래되는 과정을 지켜내면서 프로젝트의 가능성과 투자자들의 의견이 제때 반영될 수 있도록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 특히 시장관행이 미처 정착되지 못한 경우일 수록 시장 정보의 공시문제는 시세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자산의 기본조건인 수익 창출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분간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이지만, 초기 자금의 조성이나 투자 관련 일련의 시장관행이 상식 및 기존 체제의 운영프레임과 동떨어져서 방치되면 안 된다. 특히 초기의 시장형성이나 발전에 있어 일련의 상식적 원칙준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법으로 부여된 신뢰토대나 기구들에 국한된 활동이 아니라 스스로의 활동으로 쌓아가는 신뢰토대 기반은 전적으로 상식적 공감대에 기초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 거래소 주변에서의 상장 절차나 기준, 정부조치에서 금지된 거래소 코인들의 자전거래 방지와 같은 시장관행이 너무나 방치되어 문제다. 자기들끼리만 아는 정보로 시세조작(front-running)이 빈번하다보니 자전거래 외에도 신규참여자들만 골탕을 먹는 전형적 사기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법과 규제체계로만 보면 근거규정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일련의 규제에 나서기도 어렵다. 이처럼 현실적인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입장만 따지다 미래의 시장형성이 어려워질 수 있는 혼돈으로 이어지고 있다.</p> <div class="table table-202102"> <div class="tit"><em>표 1</em>해외 주요국 규제 동향</div> <div> <table> <tbody> <tr> <th rowspan="3">일본</th> <td>가상자산 취급업소 등록제로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상의 인가제</td> </tr> <tr> <td>가상자산의 적절성 등 실질적 요건 심사해 등록거부 가능</td> </tr> <tr> <td>이용자 자산 분리, 거래기록 보관, 보고서 제출 등 규정</td> </tr> <tr> <th rowspan="2">미국</th> <td>가상자산관련업 인가제 운영(뉴욕주)</td> </tr> <tr> <td>리스크 공시, 약관공시, 계약서 서면제공의무 규정</td> </tr> <tr> <th>전면금지국가</th> <td>중국, 터키, 인도 등 25개국</td> </tr> </tbody> </table> <div class="note"><a href="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71379541" target="_blank">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71379541</a></div> </div> <div class="tit tit2"><em>표 2</em>국회에 상정된 가상자산 법안 주요 내용</div> <div> <table> <tbody> <tr> <th>가상자산업 범위</th> <td>매매, 보관, 발행 등</td> </tr> <tr> <th>진입형태</th> <td>인가제(김병욱 의원안은 등록제)</td> </tr> <tr> <th>손해배상</th> <td>해킹, 출금신청 거부 등</td> </tr> <tr> <th>불공정행위</th> <td>미공개정보이용, 시세조정 등</td> </tr> <tr> <th>감독, 조사</th> <td>금융위, 금감원에 검사권한 부여</td> </tr> </tbody> </table> <div class="note">자료: 국회 정무위원회</div> </div> </div> <p>초기에 비춰진 엄청난 가능성은 준비 부족과 주변여건의 혼란으로 인해 투기의 장으로 폄하되기 쉽다. 실제 가뜩이나 제대로 된 재산증식의 기회가 없는 젊은 세대들로서 가상자산시장은 그들의 섣부른 기대이자 전유물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 시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가상세계가 현실세계의 일상으로 갑자기 들어와 버렸고 아직 준비가 덜 된 암호자산 시장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반응은 점차 부정적인 방향으로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 현재의 어지러운 모습만 보면 미래 먹거리의 실험적 시장기반이 조성된다기 보다 먹튀의 단기투기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나 투자자 모두가 암호자산에 대응하는 자세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암호자산과 시장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다. 다수의 참여와 증명을 통해 신뢰를 다져져야 하는 부분이 작금의 논의에선 실종상태다. 오로지 거래소 주변상황의 안정이 목표로 비춰진다. 기존의 시각에서 또 다른 투기의 장으로서 간주되고 전락되는 암호자산시장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다수가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암호자산에 대한 인식이 정착되어가는 과정자체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다.</p> <p>앞으로 상당한 진통과정이 불가피하겠지만, 결국은 작금의 거래소 정비를 통해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후에도 상당한 진화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단계에는 탈중앙화거래소를 비롯하여 다양한 지갑 간의 거래(atomic swap)도 가능해질 것이다. 다만, 어려운 점은 국가의 조세 기반이 이제 국경 구분 없이 확장된 공간에서 분산된다는 점이다. 엄밀히 확장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 과세 대상인지에 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물론 국가 간 합의를 통해 기술적으로 조세 기반을 어느 정도 지켜낼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려면 가상자산도 정당한 자산형태로 인정하고 거래소의 틀도 대폭 여건을 정비해서 거의 모든 활동이 새로운 법과 규제가 인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추가적으로 새로운 시공간의 출현으로 만들어지는 공백에 대해 지금과 같이 현재의 지리적 국경을 고수하지 말고 큰 세상에 공히 적용될 수 있는 대원칙을 차분히 만들어가야 한다. 칸막이식으로 분절된 지배구조를 환경에 맞게 개선하고 국가 간의 공조를 통해 범지구적인 규범과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면 지금의 혼란은 크게 줄일 수 있다. 다만,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민간의 비중은 지금보다 크게 높여져야 한다. 공감대 형성과 글로벌 시민의 권리장전에 필수적인 국가의 틀이 특정 주체들의 데이터 독점으로 인해 자칫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정치적인 자의성과 구속을 허용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중국과 남미국가들의 상황은 이러한 우려가 언제든 현실로 둔갑할 수 있는 위험을 시사하고 있다.</p> <h3>메타버스 시대의 산업정책도구: 암호자산</h3> <p>암호자산의 가장 큰 제약이자 간과되고 있는 잠재력은 바로 국경 없는 산업기반을 구축하는데 있다. 따라서 암호자산을 토대로 구체화되는 산업기반은 초기부터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원칙에 기초해 다져져야 한다. 가상과 현실이 혼합된 메타버스에서 산업정책은 미래의 암호자산과 전통자산을 둘러싼 사회구성원들 간의 새로운 합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기존의 신뢰주체들은 미래 시공간에서의 역할에 관한 중요한 시사점을 확보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반도체 산업의 상황은 이러한 위험을 대변하고 있다. 과거 철저한 분업체계로 글로벌 공급망을 건설한 결과 핵심역량의 편중화로 인해 국가차원의 안보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초연결 환경에서는 학습효과가 다양한 밸류체인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로서는 전략적 산업에 대한 광범위한 협조체계를 미리부터 준비해야 한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민관합동의 준비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민관의 새로운 협업체계를 시사하는 암호화폐와 법정화폐의 유기적 연관은 핵심적인 분석대상이다. 특히 창의성이 중요한 미래의 산업정책은 정부의 포용적 리더십이 중요한 바, 정부가 직접 주도하기보다 민간의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상호신뢰기반을 구축하여 산업 간, 국경 간 구분으로 저하될 수 있는 상호 운영성(interoperability)<a class="note-link" href="#fn-03" title="특정체계의 기술적 특성으로 인한 차이에 관계없이 2개 이상의 서로 다른 시스템 간 서비스를 자유롭게 공유함으로써 통합된 시스템의 능력을 제공하는 것. 서로 다른 체계 간 특정 서비스, 정보 또는 데이터를 막힘없이 공유하고 교환할 수 있는 능력"><span id="rfn-03">3)</span></a>이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메타버스 공간의 확장으로 기술과 자금이 집약되는 글로벌 IT기업들에 대한 시각이 독과점과 정보독점의 문제로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으므로 국가 협의체와의 공조를 통해 인류적 공동의 파이를 키워가야 한다. 연결이 복잡할수록 인류공동의 대원칙은 철저히 준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국제적 감시기구나 견제장치는 상시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차원의 공정경쟁 환경이 보장되는 산업정책이 조화롭게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암호자산의 원래 취지인 다수의 참여와 자유로운 환경은 극단적 배제가 아니라 상호의존적인 적합한 지배구조의 진화를 배경으로 비로서 가능해진다.</p> <p class="author">최공필 박사는 현재 온더 블록체인회사의 디지털금융연구소 소장이며, 오랜기간 동안 한국금융연구원에 재직했다. 아시아 적격 담보 포럼의 간사와 한국수출입은행의 비상임이사도 지냈으며, 금융감독원 블록체인 자문위원단장도 역임했다. 과거 우리금융그룹에서 전략 및 리스크 관리 담당 전무를 담당하기도 했고 이전 경력으로는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의 지역 자문 위원이 있다. 버지니아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lsquo;한국 은행들의 자기 자본으로 인한 영향&rsquo;에 대한 연구로 매경 이코노미스트상을 수상하였다.</p> <div class="footnote"> <h3>주</h3> <ul> <li><a href="#rfn-01"><span id="fn-01">1)</span></a>메타버스는 가상&middot;초월을 뜻하는 &#39;메타&#39;와 세계를 의미하는 &#39;유니버스&#39;를 합친 말로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이는 3차원에서 실제 생활과 법적으로 인정되는 활동인 직업, 금융, 학습 등이 연결된 가상 세계를 뜻한다.</li> <li><a href="#rfn-02"><span id="fn-02">2)</span></a>세이프하버 원칙이란 규제 당국이 제시한 요건이나 기준을 충족하면 해당 규범을 준수한 것으로 보아 더 이상 위법한 것으로 취급하지 아니한다는 원칙을 말한다.</li> <li><a href="#rfn-03"><span id="fn-03">3)</span></a>특정체계의 기술적 특성으로 인한 차이에 관계없이 2개 이상의 서로 다른 시스템 간 서비스를 자유롭게 공유함으로써 통합된 시스템의 능력을 제공하는 것. 서로 다른 체계 간 특정 서비스, 정보 또는 데이터를 막힘없이 공유하고 교환할 수 있는 능력</li> </ul> </div> <div class="reference"> <h3>참고문헌</h3> <ul> <li>BIS (2019), &ldquo;Designing a prudential treatment for crypto-assets&rdquo;.</li> <li>BIS (2021), &ldquo;Prudential treatment of cryptoasset exposures&rdquo;.</li> <li>Demertzis, Maria, Wolff, Guntram B. (2018) &ldquo;The economic potential and risks of crypto assets: Is a regulatory framework needed?&rdquo;, Bruegel Policy Contribution No. 2018/14</li> <li>Dirk Bullmann, Jonas Klemm, Andrea Pinna (2019), &ldquo;In Search for Stability in Crypto-Assets: Are Stablecoins the Solution?&rdquo;, ECB Occasional Paper No. 230.</li> <li>Garrick Hileman, Michel Rauchs (2017), &ldquo;Global cryptocurrency benchmarking study&rdquo;, Cambridge.</li> <li>Goldman Sachs (2021), &ldquo;Crypto: a new asset class?&rdquo;.</li> <li>IMF (2019), &ldquo;Treatment of Crypto Assets in Macroeconomic Statistics&rdquo;.</li> <li>Yukun Liu, Aleh Tsyvinski (2020) &ldquo;Risks and Returns of Cryptocurrency&rdquo;, Th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Volume 34, Issue 6, June.</li> </ul> </div> <p class="note">경제서신의 내용은 저자의 견해이며 한국경제학회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p>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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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hard 금리-성장률 가설의 평가와 교훈
-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 2021-04-24
<div class="read-content"> <h3>적극적인 재정대응과 재정여건</h3> <p> 해가 바뀌고 깊은 경기침체의 터널 끝도 조금씩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전례 없는 확대금융정책으로 제로금리하한에 근접한 상태라, 재정정책이 경제회복의 중책을 더 많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일정 부분 동의하는 바입니다. 2020년 이어 올해도 재정은 적극적인 기조를 유지하였고, 국가채무는 빠르게 늘어나는 상태입니다. GDP 대비 채무비율이 2년 만에 10.1%p 급증한 것은 이미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공적자금 투입(10.0%p)과 같은 정도로 재정대응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합니다. 심각성은 중기재정전망 부채가 향후 3년간 동일한 속도로 늘기만 한다는 것입니다. 2019년 이후 5년간 부채증가는 21.6%p로, 외환위기 관련 직·간접 재정대응 총규모(15,7%p)조차 크게 초과합니다. 우리 재정여건이 허용하는 그 이상의 재정확대가 향후 예정되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p> <h3>저금리-부채확대론과 Blanchard 가설</h3> <p> 그럼에도, 여기서 더 나아가, 추가적인 재정확대를 요구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금리가 매우 낮으니, 부채를 많이 늘려도, 국채이자부담 측면에서 재정에 큰 부담은 없다. 차입을 통해 보다 과감히 재정투입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제기되고 있는 소위 ‘저금리-부채확대론’입니다. 유감스럽지만,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금리 기조에만 경도되어, 국가부채와 시장이자율의 동태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단순소박(naive)한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p> <p> 저금리-부채확대론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 가지 사실을 상기시킵니다.<br> “지금처럼 금리가 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에 있는 경우, 즉, 금리가 성장률에 역전된 경우, 기초재정수지가 균형에 근접하기만 해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자동적으로 감소하게 된다.”<br> 과거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기준보다 훨씬 큰 폭으로 부채를 늘려도, 금리가 성장률에 역전된 시기에는 정부에게 커다란 재정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바로, 2019년 전미경제학회 기조연설로 유명해진 Blanchard의 최근 연구 결과를 인용한 것입니다. 그는 논문에서 지금의 금리-성장률 역전은 저금리 기조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며, 역사적으로 예외가 아닌 일반적 상황에 해당한다고 하였습니다. 금리-성장률 역전은 앞으로도 지속될 현상이기에, 이자비용 부담으로 인해 부채수준이 향후 급격히 증가하는 문제도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p> <h3>Blanchard 가설에 대한 학계의 평가</h3> <p> 학계에서 차지하는 명성에 비례하여, 그의 주장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부채의 경제적 비용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적을 수 있기에, 사회후생 증대 차원에서 기존의 보수적인 부채관리로부터 전향할 필요가 있다는 Blanchard의 제안은 그간 잠잠했던 거시재정학계를 일순간에 소란스럽게 만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물론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동안 상식으로 통했던 건전재정론은 순식간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구학문 신세에 처하게 된 반면, 든든한 원군을 얻은 저금리-부채확대론자는 안심하고 목소리를 키웠습니다. 자신의 소신을 이제는 과학적 사실로 강조하기도 합니다. </p> <p> 결론부터 얘기하면, Blanchard 가설은 우리나라 저금리-부채확대론자들을 위한 논거로 이용될 수 없습니다. 그의 가설은 발표 직후 다수의 실증연구들에 의해 비판 받았고, 실제 자료에 기초한 검증과정에서 현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가설과 달리, <em>현실에서는 부채 증가에 따라 국채에 적용되는 시장이자율이 크게 오를 수 있기에, 금리-성장률 역전 관계는 매우 가변적</em>인 것으로 판명이 난 상태입니다. 허술한 부채관리로 국채이자율이 상승하면, 이자비용 부담으로 채무는 유지가능하지 않은 경로를 향해 돌입할 수 있습니다. 즉, 기대했던 부채비율의 자동 감소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경제학계의 집단이성은 냉정했고, 노학자는 명망에 다소의 손상도 입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금리-부채확대론(이하, 부채확대론으로 약칭)이 믿고 의지했던 논거는 이미 학계에서 설득력을 잃은 것입니다. 잘못된 부채관리가 내포하는 위험에 대한 이해 차원에서, Blanchard 금리-성장률 가설의 오류에 대한 지난 두 해에 걸친 학계의 논의 결과를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p> <h3>금리-성장률 역전 관계의 가변성</h3> <p> Blanchard 가설에 대한 검증은 금리가 성장률에 역전된 현재의 모습이 저금리 기조로 인해 일시적으로 나타나 것이 아니며,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는 역사적으로 일반화된 현상인지를 실제 자료를 통해 확인하는 방법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선발대 격에 해당하는 Wyplosz (2019)의 연구는 OECD국가 자료(22개국, 1961년 이후)를 이용하여, 금리에서 성장률을 차감한 격차가 마이너스(-)로 나타난 경우는 전체표본의 49.7%를 차지할 뿐이며, 미국에서조차 분석대상 연도의 56.1%만 음(-)의 금리-성장률 격차가 관찰되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전체표본의 금리-성장률 격차의 평균이 0.1%인 반면, 표준편차는 4.36%로 매우 큰 편이라는 점에서, 금리가 성장률에 역전된 관계를 표준적인 특성(norm)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p> <p> 저금리 기간의 부채관리와 관련하여 중요한 질문은 “부채가 많은 국가라도, 국가채무의 동태적 변화를 결정짓는 주요인인 금리-성장률 관계가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계속 역전된 상태에 있으니, 충분히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입니다. 우리나라의 부채확대론자는 Blanchard 가설을 들어, 당연히 그렇다고 주장합니다. 국가채무 분야에 전문적 경험을 보유한 IMF의 연구진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분석결과를 내놓았습니다. 200년에 걸친 55개국의 평균차입비용으로 구성된 최장기 DB를 통해, 금리-성장률 격차와 한계차입비용, 재정위기 간 관계를 분석한 Mauro &amp; Zhou (2020)의 결론은 “실제는 안심할 수 없다”였습니다. 이들은 지난 200년 동안 금리-성장률 격차의 평균은 선진경제국이 –2.5%, 신흥경제국은 –6.5%로, 적어도 평균적으로는 금리가 성장률에 역전된 것을 확인해주었습니다. 기간별로는 세계 제2차 대전 이후가 그 이전보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이 그 이후보다 역전되는 경향이 더 컸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은 금리-성장률 격차가 국가부도 이전에는 평소보다 크게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즉, 재정위기가 실제 발생하기 이전까지는, 적어도 겉으로는 부채가 유지가능할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부도 위험이 무르익어가게 되면, 만기구조에 따라 평균차입비용을 순차적으로 견인하게 되는 한계차입비용이 갑자기 그리고 급격히 오르는 특징이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국가부도가 임박한 시기에 한계이자율은 평소에 비해 약 2%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가부도 발생 1년 전의 기간을 자세히 살펴보면, 6개월 전부터 눈에 띨 정도의 이자율 상승이 감지되지 시작하고, 그 이후 상승 폭이 점점 더 커지게 됩니다. 부도발생 2달 전에야 이자율 상승세가 강력하게 나타나기에, 정책담당자들이 대응책을 마련하기는 시간적으로 어렵습니다. Blanchard 가설과 달리, 고채무국의 금리-성장률 관계는 매우 가변적이라는 실증적 근거가 제시된 것입니다. 채무가 많은 나라에서 재정위기는 아무 때고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금리를 믿고 부채를 쉽게 늘렸다가는, 불시에 급등하는 차입이자율의 후폭풍을 준비 없이 맞게 되니, 조심하라는 경고인 것입니다. 저금리-부채확대론자가 특히 유의해야할 대목입니다. </p> <p> Rogoff (2020) 또한 현재와 같이 금리가 성장률보다 계속 낮은 상태로 남아 있을 보장은 전혀 없다고 진단합니다. 일단, 그는 경기급락 가능성이 약간(a tail risk)이라도 남아 있어, 일종의 보험 성격으로 저금리가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고찰에 따르면, 저금리 기간에 부채를 크게 늘리면, 그 진짜 비용은 조용히 숨어 있다, 위기가 닥칠 때, 갑작스런 금리 인상과 함께, 청구된다고 경고합니다. 또한 현재 금리수준은 향후 위기발생 가능성에 대한 예측치로 매우 부족하기에, 지금처럼 세계가 높은 채무 수준에 있을 때는, 재정위험에 항시 대비할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p> <h3>금리-성장률 격차의 부채의존성</h3> <p> Blanchard 가설에 대한 또 다른 예리한 비판은 금리-성장률 격차의 상승이 높은 부채 수준과 관련이 있다는 실증적 근거를 제시한 Lian et al. (2020)로부터 나왔습니다. 1950-2019년 기간의 17개 선진경제국 자료를 이용한 이들의 연구는 금리가 성장률보다 낮다는 이유로 부채를 늘리게 되면, 금리와 성장률 간 격차의 크기가 곧 줄어들고, 부호도 반전될 가능성이 높아, 종국에는 부채가 유지가능하지 않은 수준으로 빠르게 늘어날 위험이 있음을 실증분석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Blanchard 가설이나 부채확대론에 의존한 정책이 초래할 위험과 문제를 정확히 지적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고채무국일수록 금리-성장률 역전 현상이 더 빠르게 소멸하고, 격차의 부호가 반전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도 발견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중위 수준 이하의 채무국에서 최소 2년 연속 음수로 나타난 금리-성장률 격차가 이후에 양수로 반전될 가능성은 25%인데 비해, 상위 25%에 속하는 고채무국에서 이 확률은 75%로 크게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래의 금리-성장률 격차를 현재의 국가채무의 함수로 설정한 Quintile 회귀분석에서도, 채무가 증가할수록 금리-성장률 격차의 분포가 우측으로 더 많이 치우지고, 미래의 금리-성장률 격차가 급상승할 가능성도 더 커진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저금리 시기의 부채증가가 부채관리에 유리하게 조성된 환경을 일거에 망쳐버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들의 연구는 지난 70년간의 금리-성장률 격차로부터, Blanchard가 강조한 현재의 금리-성장률 역전 현상은 오래 지속되지 못할 수 있으며, 국가부채가 금리-성장률 역전 관계를 반전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새롭게 밝혀낸 기여가 있습니다. 낮은 금리-성장률 격차에서도 부채증가를 통한 지출확대 정책은 중대한 재정위험을 수반하며, 금리-성장률 격차가 공공부채의 규모와 동태경로에 대해 내생적이라는 Wyplosz (2019)의 추측을 실제로 확인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p> <p> Lian et al. (2020)이 보인 국가부채와 시장이자율의 동태적 특성은 IMF나 EC에서 부채 유지가능성 분석(Debt Sustainability Analysis)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일찍이 인지되고, 그리스나 이탈리아의 국가채무 분석에서 수년전 실제로 활용된 내용이기도 합니다. IMF와 EC의 부채 유지가능성 분석에서 가정하는 이자율 결정 메카니즘은 훨씬 더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IMF (2017)나 EC(2017)에 따르면, Blanchard 가설대로 금리-성장률 역전에 기대어 부채를 10%p 확대하면, 신규 부채에 적용되는 한계이자율은 종전 부채의 평균이자율보다 각각 40bps 또는 30bps나 상승하게 됩니다. 이런 식이라면, 국채이자율의 리스크 프리미엄 급등으로, 굳게 믿었던 금리-성장률 역전 현상은 신속히 사라질 수 있습니다. 기존 부채의 만기가 연장됨에 따라, 결국 전체 부채의 평균이자율도 크게 오르면, 이자비용 급증과 함께, 부채는 유지가능하지 않은 경로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상상하기도 싫은 부채증폭의 악순환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p> <h3>요약 및 정책적 교훈</h3> <p> 지금까지 소개한 연구들이 함축하는 바는 다음의 3가지로 정리됩니다. </p><ul> <li>i)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저금리 기조는 분명 부채관리에 호의적인 환경이다. 부채수준이 낮은 재정건전국은 재정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여지가 있다.</li> <li>ii) 그러나 단순히 저금리에 기대어 부채를 크게 확대하면, 국채 시장이자율의 상승으로 유리한 환경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li> <li>iii) 이미 채무가 높은 나라가 저금리 기간을 이용하여, 부채를 더 증가시키면,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갑자기 국채 이자율이 급등하여, 부채가 유지가능하지 않은 경로에 접어들 수 있고, 종국에 재정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li> </ul> <p></p> <p> 국채이자율의 부채수준에 대한 민감성으로 인해, 특히, 고채무국의 경우, 금리-성장률 역전 관계는 매우 가변적이며, 부채의 자동적인 감소도 현실에서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Blanchard 가설의 두 가지 명제 모두 현실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내려진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em>Blanchard 가설의 문제는 국채이자율을 단순히 외생적으로 간주한 것에서 출발</em>합니다. 이렇게 되면, 저금리 기조 하의 금리-성장률 역전 현상은 예외가 아닌 표준이 될 수 있고, 그로부터 매우 단순한 형태의 부채동학이 도출됩니다. 부채 유지가능성을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결정적인 오류가 만들어진 이유입니다. 가설에서 언급한 금리-성장률 역전 관계의 혜택이나 그에 의존한 부채의 낮은 비용은 재정이 매우 건전하고 성장 동력도 강건하여, 일시적인 부채증가가 국채 이자율에 유의한 영향을 주지 않을 때나 기대 가능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부채비율이 40% 훨씬 미만이었던 2018년 이전의 우리나라 상황이라면, 그의 가설을 충분히 활용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특별 경우를 제외하면, Blanchard 가설은 현실에서 정책적인 활용 여지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p> <p> 현재, 경제학계는 부채를 적극 활용하는 재정정책은 금리의 절대적 수준에 관계없이 위험하며,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할 수 있다는 전통적인 의견(Traditional View; Boskin, 2020)이 여전히 주류를 이루면서, 짧았던 논쟁을 마무리한 상태입니다. 이후 Blanchard의 가설을 추가로 뒷받침하거나 확장한 본격적 연구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적극적 논거로 삼고 있는 ‘저금리-부채확대론’도 이제는 종전의 주장을 접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p> <p> 지난 두 해에 걸친 경제학계의 논의를 통해 얻은 교훈은 결국 국가재정 관리의 기본원칙은 건전한 재정의 유지에 있다는 것입니다. 부채관리에 경계를 소홀히 하거나 모험적 시도를 하게 되면, 일순간에 재정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왜 많은 국가들이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즐겨하기보다, 신중한 재정건전성 관리에 더 공을 기울이는 지를 새삼 일깨워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재정이 건전하고 성장이 뒷받침되는 국가야말로 저금리 기조와 Blanchard의 가설이 말하는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습니다. 재정이 건전하기에, 일시적으로 늘린 부채가 국채이자율에 별 영향을 주지 않게 됩니다. 대신, 곧 이어 나타나는 성장의 과실이 증세나 긴축 없이 부채비율을 낮춰주어, 실질적인 재정 부담을 느끼지 않게 만들어 줍니다. 역설적이게도, Blanchard 가설의 진정한 가치는 건전한 재정이 경제적으로 축복이 된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한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 부채비율이 축복의 영역인 40% 이하를 벗어나, 위험이 시작되는 영역인 60% 이상으로 올라서는 현실에 더욱 큰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Blanchard 가설을 둘러싼 논쟁에서 얻은 교훈은 단순합니다. <em>현재 금리가 성장률보다 낮다고 해도, 정부는 미래 이자율에 근거한 실질적인 예산제약조건(a real Intertemporal Budget Constraint) 충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em>는 것입니다. 저금리에 취해 노력을 게을리 하면, 실책은 소리 없이 쌓였다가 위기로 나타나 몇 배로 비용을 치르게 한다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p> <p class="author"> 김우철 교수는 서울대학교와 예일대에서 수학했으며, 베를린 훔볼트 대학과 조세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를 거쳐, 2012년부터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정책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조세와 재정 분야의 다양한 정책현안 분석과 우리나라 자료에 기초한 실증연구를 통해, 조세제도 합리화와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재정정책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미래 경제발전과 관련해서, 특히, 타인에 대한 신뢰와 정부신뢰와 같은 사회적 자본 축적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주창하고 있다. 한국경제학회 사무국장과 재정학회 총무이사로 활동하고, 대통령 비서실 재정 자문위원과 재정개혁특위 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최근,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한 국가채무의 안정적 관리, 재정준칙 도입, 세입확충 방안을 주제로 언론에 기고하거나 정책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p> <div class="reference"> <h3>참고문헌</h3> <ul> <li>Alcidi, C and D Gros (2019), “Public debt and the risk premium: A dangerous doom loop”, VoxEU.org, 23 May.</li> <li>Blanchard, O J (2019), “Public Debt and Low Interest Rates”, American Economic Review 109(4):1197–1229.</li> <li>Boskin, Michael J. 2020. "Are Large Deficits and Debt Dangerous?" AEA Papers and Proceedings, 110: 145-48.</li> <li>European Commission (2017). Compliance Report –The Third Economic Adjustment Programme for Greece Second Review, June 2017</li> <li>IMF (2017). Greece : Request for Stand-By Arrangement-Press Release; Staff Report; and Statement by the Executive Director for Greece,</li> <li>Lian, W, A F Presbitero and U Wiriadinata (2020), “Public Debt and r-g at Risk”, IMF Working Paper 20/137.</li> <li>Mauro, P and J Zhou (2020), “r - g &lt; 0: Can We Sleep More Soundly?”, IMF Working Paper 20/52, International Monetary Fund, Washington, DC.</li> <li>Rogoff, K S (2020), “Falling real interest rates, rising debt: A free lunch?”, Journal of Policy Modeling 42(4): 778-790. </li> <li>Wyplosz, C (2019), “Olivier in Wonderland”, VoxEU.org, 17 June.</li> </ul> </div> <p class="note">경제서신의 내용은 저자의 견해이며 한국경제학회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p>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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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성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들, '정말' 효과가 있을까?
- 남기곤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 2018-11-20
<div class="read-content"> <p>교육이 중요하다. &ldquo;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서&rdquo; 경제적 발전을 지속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해 자라나는 젊은 학생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교육 부문에 투자도 많이 하고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여 구성원들의 긴장감을 높이는 것, 대체로 우리가 추진해 왔던 방식들이다. 과연 이런 정책들이 효과가 있었을까?<br /> &nbsp;</p> <p>경제학자인 우리들이 잘 하는 방식이 있다. 데이터를 모아서 학생들의 성적을 종속변수로 하고 학교의 특성을 나타내는 변수들을 독립변수로 하는 회귀분석을 실시한다. 예를 들어 학급당 학생 수 같은 변수가 교육 투자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변수로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분석을 해보면 엉뚱하게도 학급당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 다닐수록 학생들의 성적은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교육 투자가 오히려 학생들의 성적을 하락시키는 것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잘못된 인과관계다. 농촌보다는 도시가, 도시 내에서도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원래부터 상위권 성적이었던 학생들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 현상이다.<br /> &nbsp;</p> <p>회귀분석이란 완전하지 않은 분석 도구다. 종속변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이 독립변수에서 누락될 수밖에 없고, 데이터의 수집 과정에서 측정오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며, 오히려 종속변수가 독립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역의 상관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Wooldridge, 2002). 아무리 정교한 방식으로 회귀분석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이론과 모델을 뒷받침해 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그 결과가 올바르다는 것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br /> &nbsp;</p> <p>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1985~1986학년도부터 4개년 동안 미국 테네시 주에서 실시되었던 STAR(Student/Teacher Achievement Ratio) 프로젝트는 흥미롭다. 아예 실험을 해서 인과관계를 밝히려는 시도다. 입학하려는 학생은 물론 교사들까지도 소규모 학급과 대규모 학급에 무작위로 배정한 뒤, 매년 학생들의 성적을 관찰하는 것이다. 실험 결과는 놀랍다. 이전 수 십 편의 연구 결과와는 달리 학급 규모가 작을수록 학생들의 성적은 유의하게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Hanushek, 1997; Krueger, 1999, 2002).<br /> &nbsp;</p> <p>하지만 직접 이러한 실험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우연히 실험을 한 것과 유사한 상황을 찾아서 이를 분석하는 준실험(quasi-experiment) 방식이 지금으로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저소득계층 학생들에게 사립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바우처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지원자가 많을 경우 추첨을 통해 입학생을 선발한다. 이 때 운 좋게 추첨을 통과하여 사립학교에 진학한 학생들과 그렇지 못해 공립학교에 머무는 학생들 간의 성적 격차를 분석하여 사립학교의 효과를 살펴보고 있는 연구들(Greene, Peterson, and Du, 1999; Rouse, 1998). 뉴욕 할렘가의 차터 스쿨의 경우에도 지원자가 많을 경우 추첨을 통해 입학생을 선발하고 있는데, 이를 이용해 좋은 질의 학교가 빈곤층 자녀의 학업 성적을 향상시키는데 효과가 있는지 분석한 연구(Dobbie and Fryer, 2011). 어느 달에 태어났는지는 무작위적임에도 불구하고, 출생월에 따라 교육 기간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미국의 독특한 현실을 이용하여 교육 수익률을 분석한 연구(Angrist and Krueger, 1991).<a class="note-link" href="#fn-01" title="마국에서는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만 16세가 되는 날까지 학교를 다니도록 하는 방식의 의무교육 제도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출생월에 따라 교육 기간이 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span id="rfn-01">1)</span></a> 1970년대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로 학교를 건설하는 프로그램이 실시되었는데, 지역 특성에 따라 학교가 많이 지어진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있었다. 이러한 정책의 효과를 이용한 이중차감분석(Duflo, 2001).<a class="note-link" href="#fn-02" title="이중차감분석(difference in differences analysis)이란 특정한 정책 시행을 전후로 이에 영향을 받은 처치집단(treatment group)에서의 변화와 그렇지 않은 통제집단(control group)의 변화 간의 격차를 비교하는 분석 방식이다. Duflo(2001)의 예를 든다면 초등학교 건설이 많이 이루어진 지역에서 2~6세 어린이와 12~17세 청소년(이미 초등학교를 졸업한 세대) 간의 교육연수의 차이와, 학교 건설이 적게 이루어진 지역에서 두 연령대 간 교육연수 차이를 구한 뒤, 이들 두 차이들 간의 격차를 분석하는 것이다."><span id="rfn-02">2)</span></a> 이 외에도 수많은 연구들이 각국의 독특한 교육 제도 혹은 역사적 경험에서 실험과 유사한 상황을 찾아내고, 이를 이용하여 교육이 학생들의 능력 향상에 미치는 인과적 관련성을 분석해 왔다.<br /> &nbsp;</p> <p>한국에는 이러한 연구 소재가 없을까? 2000년대 초반 필자나 다른 몇몇 연구자들이 고교평준화 제도에 주목한 것은 &lsquo;무작위 추첨&rsquo;이라는 이 제도가 갖는 독특한 특징 때문이었다. 우선 이 제도는 지역에 따라 시행 시기가 달랐고, 또 일반계 고등학교에만 시행되고 실업계 고등학교에는 시행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면 평준화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과 이후, 그리고 평준화 제도가 도입된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 간 이중차감분석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유사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끼리 모아서 교육을 시키는 방식(sorting)과 그렇지 않고 능력이 다른 학생들을 함께 섞어서 교육을 시키는 방식(mixing) 중 어느 것이 보다 성과가 높은지를 확인할 수 있다.<br /> &nbsp;</p> <p>필자와 최민식 교수의 연구나 다른 연구에서는 고교평준화 제도가 노동시장에서의 임금을 상승시켰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남기곤&middot;최민식, 2004; Kang, Park, and Lee, 2007). 저학력 계층일수록 고교평준화 제도가 임금 상승에 미치는 효과는 컸고, 이 제도가 도입된 초기 단계에 보다 강한 영향력이 나타났다. 평준화 제도가 중하위 성적 학생들에게 상위 성적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인적자본 축적이나 네트워크 형성에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 제도 도입 초기에는 각 지역의 대표적인 공립 고등학교에 의한 독점 구조가 깨지면서, 고등학교 간 자발적인 경쟁이 촉진되는 경향도 있었다. 아마도 이러한 요인들이 분석 결과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br /> &nbsp;</p> <p>사립학교 효과는 외국에서도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이다. 한국의 고교평준화 제도는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한 학군에는 공립학교와 사립학교가 같이 혼재되어 있는데, 예전에는 이러한 학교 유형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학생들을 각 학교에 배정했다. 따라서 학교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던 시기/지역을 대상으로, 학군을 통제한 상태에서, 사립학교에 재학하는지 아니면 공립학교에 재학하는지에 따라, 1학년 시기와 3학년 시기 간 성적 향상 정도를 확인하는 준실험 분석이 가능하다. 필자와 성기선 교수의 연구 결과 단순 평균치로 보면 사립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공립학교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학군을 통제하여 분석하면 사립학교와 공립학교 간 유의한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남기곤&middot;성기선, 2009).<br /> &nbsp;</p> <p>많은 사람들은 명문고나 명문대학을 다니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환경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졸업하면 뛰어난 선배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어서 사회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효과가 실제 존재할까? 고교평준화 제도를 이용한 필자의 분석 결과는 &lsquo;그렇다&rsquo;라는 증거를 제시한다(남기곤, 2012). 평준화 제도로 동일한 학군 내에서는 고등학교 간에 학생들이 무작위로 배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서울대학에 많은 입학자를 진학시켰던 명문고(예를 들어 경기고나 부산고) 졸업생은 그렇지 않은 같은 학군 내 다른 일반 고등학교 졸업생에 비해, 고교평준화 제도 시행 이후에도 임금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준화 제도가 시행된 직후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일수록, 그리고 고임금 계층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보다 강했다. 기존 명문고에 우수한 선배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사회적 네트워크 효과로 해석될 수 있다.</p> <p>고등학교가 아닌 대학 교육의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대학 교육의 경우에는 평준화 제도와 같은 무작위 배정 실험은 존재하지 않지만, 생각해 보면 이러저러한 실험적 소재를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4년부터 5년간 1조 2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던 누리사업(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은 좋은 분석 대상이다. 왜냐하면 이 사업은 지방대학 중 일부 대학/학과에만 선별적으로 집중적인 지원을 했고, 따라서 지원을 받은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 간의 성과 차이가 사업 시행 이전과 이후에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이중차감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br /> &nbsp;</p> <p>졸업생의 노동시장 성과와 관련된 다양한 지표들을 분석하고 있는 필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업비 규모가 큰 대형 사업의 경우 취업률이 증가하고 직장만족도가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일부 관찰된다. 하지만 어떤 지표를 분석하더라도 누리사업으로 졸업생의 취업의 질이 향상되었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남기곤, 2018). 졸업 후 출신 대학 지역에 잔류하는 경향에도 유의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방대학에서 양질의 인력을 양성하여 지역 발전을 이루겠다는 누리사업의 원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업의 성과는 한계를 보였다.</p> <p>지금까지 이루어진 몇 편의 연구 결과만으로는 한국 교육의 전체적인 모습을 그리기에 턱 없이 부족하다. 그저 어렴풋이 만져지는 부분적인 형상을 통해서나마 앞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도록 하자.<br /> &nbsp;</p> <p>우선 시장 경쟁의 요소를 교육 부문에 도입하는 것이 정말 기대했던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주인이 있는 사립학교가 그렇지 않은 공립학교에 비해 보다 효율적일 것 같지만, 출발 지점에서 입학생들의 차이를 통제하면 별다른 유의한 격차가 발견되지 않는다. 입학 단계에서 학교 간 자유로운 경쟁을 허용하고 유사한 능력의 학생들끼리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면 학생들의 교육 성과가 보다 높아질 것 같지만, 그러한 증거도 잘 확인하기 어렵다.<br /> &nbsp;</p> <p>아마도 이는 교육 부문이 완전경쟁 상황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일 수 있다. 본인의 능력을 보다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모여 있는 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유리하다. 좋은 동료가 있어 학습에 자극이 될 뿐만 아니라, 졸업 후에는 선후배와 동문들끼리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사회적 네트워크 덕을 볼 수 있다. 그러니 우수한 학생들이 특정 학교에 집결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학교는 서열화 되기 십상이다. 상위 학교들 간에 서로 경쟁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그것도 우수한 학생을 입학시키기 위한 노력에 집중되곤 한다. 중하위권 학교들에서는 아예 열심히 교육하려는 의지를 상실하는 경우도 있다. 평준화 이전의 고등학교, 그리고 현재 대학에서 이러한 모습의 어두운 그림자를 본다. 이와 같은 교육 부문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시장 경쟁만을 강조하는 것은 의도와는 달리 한국 교육을 비효율적인 방향으로 이끌 위험이 있다.<br /> &nbsp;</p> <p>그러면 교육 투자를 증가시키는 것은 어떨까? 경제학자들은 교육에도 생산함수가 있다고 가정한다. 투입이 많아지면 산출이 증가한다. 교사의 양과 질을 향상시키고, 교육환경을 개선하면 학생들의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 외부에서 자금이 투입된다고 해서 곧바로 성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투자가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어떠한 방식으로 투자가 이루어지는지가 중요하다. 누리사업처럼 졸업 직후 취업률 향상에 목표를 맞추고, 여기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일부 대학/학과에 선별적 지원을 하는 것이 대학 교육에서 올바른 투자 방식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선택받지 못한 대학/학과의 교육은 낙후된 상태로 머물러도 되는 것인지, 선택받은 대학/학과 역시 지원 기간이 끝나면 교육 투자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지 등.<br /> &nbsp;</p> <p>무조건 투자만 늘린다고 교육의 성과가 향상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교육 생산함수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종속변수인 교육 성과 지표는 무엇으로 삼아야 하며, 각 독립변수들을 어떻게 조정해야 종속변수가 유의한 변화를 보이는 것인지, 그리고 개별 학교 단위의 생산함수를 넘어 교육 부문 전체 생산함수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세밀하고 체계적인 이해가 필요하다.<br /> &nbsp;</p> <p>이를 위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다. &lsquo;오염되지 않은 자료&rsquo;를 기초로 무작위 배정 방식에 의한 실험적 분석이 필요하다.<a class="note-link" href="#fn-03" title="예를 들어 누리사업의 경우 당시 대학에서 자체 보고한 취업률 자료를 분석하였던 기존 연구들에서는 이 사업이 졸업생의 취업률 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해 왔다. ‘오염된 자료’가 정책 효과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만들 위험이 있음을 보여준다."><span id="rfn-03">3)</span></a> 물론 기존의 제도나 정책 변화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준실험 상황을 발견하고, 이에 대해 분석하는 노력이 지속되고 확대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준실험 분석으로 밝힐 수 있는 부분은 우리가 알고자 하는 질문의 극히 일부일 수밖에 없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이러저러한 교육 투자 사업이나 교육 제도의 급격한 변화가 과연 진정으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분석들이 필요하다.<br /> &nbsp;</p> <p>이를 위해서는 사업 집행 과정에서 목적의식적으로 실험을 설계하고, 이에 대한 분석 작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본 사업을 시작하기 전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이때 신청 학교 중 무작위로 대상 학교를 선정하여 사업의 효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뒤, 사업의 추진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a class="note-link" href="#fn-04" title="이와 관련하여 2007년 미국 시카고, 달라스, 뉴욕, 워싱턴 DC 공립학교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던 교육 인센티브 실험은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실험에서 밝히고자 한 바는 성적이 높거나 책을 읽은 학생들에게 현금으로 보상을 하면 학생들의 능력이 보다 향상되는지 여부다. 이를 위해 사업에 참여하고자 신청한 학교들 중 절반을 무작위로 선정한 뒤, 선정된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간 학생들의 성적 차이를 분석하고 있다. (Fryer, 2011) 이 사업에는 630만 달러(약 70억원)의 비용이 사용되었다."><span id="rfn-04">4)</span></a> 학교 내에서 특정 프로그램, 예를 들어 현장실습이나 어학연수 등을 실시할 때, 일정 자격을 충족하는 학생들 중 무작위로 대상자를 선정하여 사업을 진행한 뒤, 프로그램 종료 이후까지 학생들의 능력 향상 정도를 추적 조사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만하다. 공정성과 효율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사업의 효과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물론 번거롭고 추가적인 비용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예산을 투자해서 사업을 잘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통해 그 효과를 명확히 파악하고 분석 결과를 축적하면서 효과를 발생시키는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가장 효율적인 투자 방식을 찾아내는 노력 또한 우리 교육의 장기적인 발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br /> &nbsp;</p> <p class="author">남기곤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부터 한밭대학교(구 대전산업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2년 안식년에 미국 UCLA를 방문해서 Enrico Moretti 교수의 강의를 들으면서 교육경제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인용한 논문 외에도 사교육, 직업계 교육, 대졸 미취업 등에 관한 연구들이 있다. 초등학교에 일찍 입학한 학생일수록 학업 성적이 낮은지, 그런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되는지를 분석한 논문도 있다. 2017년 한국경제발전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한국경제학회, 한국노동경제학회, 한국산업노동학회,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 등에서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br /> <br /> &nbsp;</p> <div class="footnote"> <h3>주</h3> <ul> <li><a href="#rfn-01"><span id="fn-01">1)</span></a>마국에서는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만 16세가 되는 날까지 학교를 다니도록 하는 방식의 의무교육 제도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출생월에 따라 교육 기간이 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li> <li>&nbsp;</li> <li><a href="#rfn-02"><span id="fn-02">2)</span></a>이중차감분석(difference in differences analysis)이란 특정한 정책 시행을 전후로 이에 영향을 받은 처치집단(treatment group)에서의 변화와 그렇지 않은 통제집단(control group)의 변화 간의 격차를 비교하는 분석 방식이다. Duflo(2001)의 예를 든다면 초등학교 건설이 많이 이루어진 지역에서 2~6세 어린이와 12~17세 청소년(이미 초등학교를 졸업한 세대) 간의 교육연수의 차이와, 학교 건설이 적게 이루어진 지역에서 두 연령대 간 교육연수 차이를 구한 뒤, 이들 두 차이들 간의 격차를 분석하는 것이다.</li> <li>&nbsp;</li> <li><a href="#rfn-03"><span id="fn-03">3)</span></a>예를 들어 누리사업의 경우 당시 대학에서 자체 보고한 취업률 자료를 분석하였던 기존 연구들에서는 이 사업이 졸업생의 취업률 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해 왔다. &lsquo;오염된 자료&rsquo;가 정책 효과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만들 위험이 있음을 보여준다.</li> <li>&nbsp;</li> <li><a href="#rfn-04"><span id="fn-04">4)</span></a>이와 관련하여 2007년 미국 시카고, 달라스, 뉴욕, 워싱턴 DC 공립학교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던 교육 인센티브 실험은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실험에서 밝히고자 한 바는 성적이 높거나 책을 읽은 학생들에게 현금으로 보상을 하면 학생들의 능력이 보다 향상되는지 여부다. 이를 위해 사업에 참여하고자 신청한 학교들 중 절반을 무작위로 선정한 뒤, 선정된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간 학생들의 성적 차이를 분석하고 있다. (Fryer, 2011) 이 사업에는 630만 달러(약 70억원)의 비용이 사용되었다.</li> </ul> </div> <div class="reference"> <h3>참고문헌</h3> <ul> <li>남기곤&middot;최민식, &ldquo;고교평준화 제도가 임금을 저하시켰는가?,&rdquo; 『경제학연구』, 제52권 제3호, 2004, pp. 209-240.</li> <li>&nbsp;</li> <li>남기곤&middot;성기선, &ldquo;Are Private Schools More Effective than Public Schools?: Experience from a Natural Experiment in Korea,&rdquo; 『노동경제논집』, 제32권 제3호, 2009, pp. 91-121.</li> <li>&nbsp;</li> <li>남기곤, &ldquo;명문고 졸업이 임금에 미치는 효과: 실제 존재하는가?,&rdquo; 『경제학연구』, 제60권 제1호, 2012, pp. 157-185.</li> <li>&nbsp;</li> <li>남기곤, &ldquo;&lsquo;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NURI) 사업&rsquo;은 성공적이었는가?: 졸업생의 노동시장 성과에 대한 분석,&rdquo; 『경제학연구』, 제66권 제2호, 2018, pp. 149-187.</li> <li>&nbsp;</li> <li>Angrist, J. D., and A. B. Krueger, &ldquo;Does Compulsory School Attendance Affect Schooling and Earnings?,&rdquo; <i>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i>, Vol. 106, No. 4, 1991, pp. 979-1014.</li> <li>Dobbie, W., and R. G. Fryer Jr., &ldquo;Are High-Quality Schools Enough to Increase Achievement Among the Poor?: Evidence from the Harlem Children&#39;s Zone,&rdquo; <i>American Economic Journal: Applied Economics</i>, Vol. 3, No. 3, 2011, pp. 158-187.</li> <li>Duflo, E., &ldquo;Schooling and Labor Market Consequences of School Construction in Indonesia: Evidence from an Unusual Policy Experiment,&rdquo; <i>American Economic Review</i>, Vol. 91, No. 4, 2001, pp. 795-813.</li> <li>Fryer Jr, R. G., &ldquo;Financial Incentives and Student Achievement: Evidence from Randomized Trials,&rdquo; <i>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i>, Vol. 126, No. 4, 2011, pp. 1755-1798.</li> <li>Greene, J. P., P. E. Peterson, and J. Du, &ldquo;Effectiveness of School Choice: The Milwaukee Experiment,&rdquo; <i>Education and Urban Society</i>, Vol. 31, No. 2, 1999, pp. 190-213.</li> <li>Hanushek, E. A., &ldquo;Assessing the Effect of School Resources on Student Performance : An Update,&rdquo; <i>Educational Evaluation and Policy Analysis</i>, Vol. 19, No. 2, 1997, pp. 141-164.</li> <li>Kang, C., C. Park, and M. Lee, &ldquo;Effects of Ability Mixing in High School on Adulthood Earnings: Quasi-Experimental Evidence from South Korea,&rdquo; <i>Journal of Population Economics</i>, Vol. 20, No. 2, 2007, pp. 269-297.</li> <li>Krueger, A. B., &ldquo;Experimental Estimates of Education Production Functions,&rdquo; <i>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i>, Vol. 114, No. 2, 1999, pp. 497-532.</li> <li>Krueger, A. B., &ldquo;Understanding the Magnitude and Effect of Class Size on Student Achievement,&rdquo; in L. Mishel, and R. Rothstein, ed., <i>The Class Size Debate</i>, Economic Policy Institute, 2002, pp. 7-35.</li> <li>Rouse, C. E., &ldquo;Private School Vouchers and Student Achievement: An Evaluation of the Milwaukee Parental Choice Program,&rdquo; <i>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i>, Vol. 113, No. 2, 1998, pp. 553-602.</li> <li>Wooldridge, J. M., <i>Econometric Analysis of Cross Section and Panel Data</i>, MIT press, 2002.</li> </ul> <br /> &nbsp;</div> <p class="note">경제서신의 내용은 저자의 견해이며 한국경제학회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p>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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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경쟁의 명과 암, 그리고 패자의 역할
-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 2018-11-15
<div class="read-content"> <p>사회에서 존재하는 불평등은 오래 전부터 많은 관심의 대상인 주제였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철학자인 J. J. Rousseau의 사회계약론은 인간의 불평등에 대한 철학적 연구인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비롯되었다. 최근에 들어서는 특히 경제적인 불평등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br /> &nbsp;</p> <p>Thomas Piketty의 &ldquo;Capital (in the 21st Century)&rdquo;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열띤 논의의 출발점을 제공하였다. Piketty의 책은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 현상에 대한 엄밀한 실증적 분석을 제시하는 중요한 학문적 업적이지만 그러한 불평등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부족한 면이 있다. 특히 Piketty가 지적하듯이 최근에 들어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데 이러한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br /> &nbsp;</p> <p>최근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은 흔히 이야기하는 1% 의 문제라고도 일컬어 지며 과거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Piketty와 Saez(2003)가 지적하듯이 이전에는 자본가 계층이 노동자 계층보다 많은 소득을 가져가 자본의 축적이 더욱 가속화되는 현상이 문제시 되었다면 최근에는 반드시 자본가는 아닌 최상위의 소득 계층이 차지하는 소득의 비중이 여타 사람들에 비해 현저히 많은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br /> &nbsp;</p> <p>이러한 소득 분배의 편중 현상의 이유를 찾는 연구 방향도 다양한데 그 중에서도 Foroohar(2016) 혹은 Kay(2016)는 금융화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이에 비해 Freeland(2013)는 세계화와 정보통신 등 현대의 기술 발전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는데 이 접근은 일찍이 Marshall(1947)이나 Rosen(1981)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p> <p>이 글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 보고자 한다. 즉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만들어 진 것이니만큼 시장경제의 어떤 점이 불평등을 만들어 내는가를 분석하고자 한다.<br /> &nbsp;</p> <p>우리가 살고 있는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기관은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은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바를 얻고자 교환을 하는 장소를 의미한다. 원시 시대에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자신이 생산해서 소비하는 자급자족에 의존하여 경제생활을 하였으나 곧 여러 사람이 서로 교환을 통해 자신이 필요한 바를 얻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잘 생산할 수 있는 것을 생산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공급함으로써 경제에 효율적인 기여를 할 수 있게 되었다.<br /> &nbsp;</p> <p>시장은 교환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도록 도와 주는데 이 과정에서 경쟁은 교환의 결과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준다. 경쟁이란 사람이 다른 이보다 무엇인가를 잘하여 이기려는 행위를 말한다. 교환에서의 경쟁은 거래 상대방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을 공급하도록 유인한다. 즉 시장 경쟁에서의 승리는 거래 상대방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에게 주어지므로 시장에서의 경쟁적 교환은 가장 우수한 재화를 공급하는 경제 주체들 만이 살아남도록 만들고 이 과정에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져온다.<br /> &nbsp;</p> <p>경쟁의 효율적 자원배분 기능에 대한 위의 설명은 경제이론에서 표준적으로 사용되는 완전경쟁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완전경쟁이란 개념은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우는 Adam Smith 의 국부론에서 기원한 것으로 경제주체들이 가격에 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가정에 기초한다. 물론 현실 경제에서 개인들이 가격에 대한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 경우가 많지만 기업들이 시장에 경쟁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면서 가격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가격과 한계비용이 동일해 지도록 공급량을 결정한다는 가정은 현실성이 없고 어느 기업도 그러한 행위가 경쟁적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완전경쟁을 가정하는 경우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만들어 진다는 후생경제학 제1법칙을 활용할 수 있는데 역으로 완전경쟁을 가정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의 자원배분이 반드시 효율적이라는 결과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br /> &nbsp;</p> <p>우리는 위에서 시장경쟁을 기업들 간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합과정으로 정의하고 그 과정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가져온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우리가 설명한 효율적인 자원배분은 가격이 한계비용과 동일해 지고 따라서 제품의 한계비용보다 큰 효용을 가진 소비자는 모두 소비를 한다는 후생경제학 제1법칙의 파레토 최적 상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설명에서 시장경쟁이 자원배분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설명은 경쟁의 결과로 살아남은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이 살아남아서 공급을 할 때와 비교해 거래 상대방인 소비자들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기업으로서 소비자의 후생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정의한 시장경쟁에서는 제품의 가격이 그를 생산하는 한계비용과 동일해질 필요가 없다.<br /> &nbsp;</p> <p>우리의 분석에서 시장 경쟁의 결과 살아남은 기업은 시장지배력을 가지게 되므로 가격은 한계비용보다 높아진다.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이 가지게 되는 시장지배력은 기업들로 하여금 열심히 노력할 유인을 제공한다. 시장에서의 경쟁은 살아남는 기업과 도태되는 기업을 구분해 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 기업들이 경쟁의 결과로 얻게 되는 이윤은 살아남은 기업에 대해 (+)의 값을 갖지만 도태된 기업은 부(-)의 값을 갖는다. 그러므로 시장경쟁에서 기업들은 도태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즉 시장 경쟁은 기업들 간의 불평등한 이윤 배분을 이용하여 기업들이 소비자를 위해 열심히 노력할 유인을 제공하고 이는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가져온다.<br /> &nbsp;</p> <p>시장 경쟁은 이렇듯이 시장 참여 기업들이 도태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열심히 일할 유인을 주고 이 유인을 이용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경쟁의 결과 살아남는 기업들과 도태되는 기업들 간의 불평등은 피할 수 없다. 결과적인 불평등은 시장이 자원배분을 효율적으로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br /> &nbsp;</p> <p>경제학의 유인에 대한 연구들은 일찍이 보수의 불확실성이 열심히 노력할 유인을 만들어 줌을 증명한 바 있다. Holmstrom(1979)은 피고용자의 노력 정도가 관찰이 어려워 그를 계약조건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 고정 보수가 위험 중립적인 고용자와 위험 기피적인 피고용자 간의 계약에서 최선(First best)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용자가 열심히 노력할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차선책(Second best)으로서 보수를 관찰이 가능한 성과에 따라 변하는 가변적 보수 체계를 사용해야 함을 증명하였다. 이 연구 결과는 경쟁에서 승자와 패자의 이윤 차이, 그리고 이로 인한 불평등이 시장 경쟁에서 기업들에게 열심히 노력할 유인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br /> &nbsp;</p> <p>또한 불평등이 시장경쟁에서 유인효과를 가진다는 사실은 여러 재화의 시장에 대한 연구들이 이미 보인 바 있다. Shapiro와 Stiglitz(1984)는 노동시장에서의 실업이 균형 상태에서 존재하는 것이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을 할 유인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분석하였다. 또한 Keeley(1990)는 금융시장, 특히 은행 시장에서 경쟁의 격화가 경쟁에 참여하는 은행들로 하여금 위험 추구를 부추겨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가져온다는 것을 미국의 1980년대 S &amp; L (Savings and Loan) 위기 시의 실증자료를 이용하여 분석한 바 있다. 그는 이러한 은행들의 과도한 위험 추구를 막기 위해 은행 산업의 경쟁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금융시장의 안정을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제한적으로 경쟁적인 은행시장에서 추가적인 이윤을 얻고 있는 은행들은 오래 살아남으려 할 유인이 생기므로 위험 추구를 자발적으로 억제할 것이기 때문이다.<br /> &nbsp;</p> <p>여기까지 설명한 경쟁의 효율적 자원배분 기능은 경쟁이 한번 이루어지고 그 결과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 일회적 상황에 적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장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진화하는 조직이라는 것을 인식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효율성 효과는 상당히 훼손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경쟁의 결과 생겨난 불평등은 새로운 기술혁신을 위한 경쟁에서 초기조건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초기 조건은 이전 경쟁의 결과를 기존의 승자에게 매우 유용한 자산으로 작용하게 만들면서 미래 기술혁신 경쟁의 승자가 반드시 가장 소비자에게 많은 후생 증가를 주는 기업이 아닐 수 있도록 만든다.<br /> &nbsp;</p> <p>경쟁으로 인해 생겨난 불평등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훼손시키는 경로는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기존 시장의 독점력을 가진 기업 때문에 새로운 경쟁이 진행되는 시장에서 승자를 결정할 때 반드시 효율적인 기업이 살아남지 않을 수 있으므로 소비자들은 가장 큰 잉여를 가져오는 기업으로부터 재화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고 따라서 효율성이 훼손된다. 둘째 시장 경쟁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열심히 기술혁신을 위해 노력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혹은 불확실성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기존의 독점력을 가진 기업이 기술혁신의 성공여부와 무관하게 승자가 된다면 경쟁자들이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 필요한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따라서 기업들은 기술혁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유인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유용한 혁신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시장은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키지 못한다.<br /> &nbsp;</p> <p>현재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들은 그런 지배력을 다른 시장으로 이전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전략들을 가지고 있다. 이런 행위를 경쟁정책에서는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라고 부르고 이들은 경쟁자를 시장에서 배제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물론 우수한 상품을 싸게 만드는 기업은 경쟁기업을 시장에서 몰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은 시장의 효율적 자원배분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자신보다 더 우수한 상품을 더 싸게 만드는 경쟁 기업을 기존의 시장지배력을 사용하여 몰아낸다면 그것은 효율적 자원배분이라고 할 수 없다.<br /> &nbsp;</p> <p>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써 경쟁배제 효과를 가진 행위는 끼워 팔기(Tying), 약탈적 가격(Predatory pricing), 배타적 거래(Exclusive dealing), 그리고 충성할인(Loyalty discount)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행위들은 모두 시장지배력을 가진 사업자가 자신의 지배력을 지렛대로 사용하여 더 효율적인 경쟁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시켜 그 자체로 효율적 자원배분을 막고 나아가 이러한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의 가능성을 예상하는 잠재적 경쟁기업들이 혁신의 노력을 할 유인을 없앰으로써 추가적 비효율의 근원이 된다.<br /> &nbsp;</p> <p>한편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기여를 해온 재벌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만들어 내는데 있어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재벌기업들은 경제의 여러 분야에서 자신이 만들어 낸 기술혁신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다른 중소기업들의 혁신을 빼앗아 오는 행위를 하여 부를 추가로 얻을 수 있는데 이는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쟁에서 효율적 기업이 살아남는 선택 과정을 왜곡시키고 나아가 새로운 기업들의 혁신 유인을 훼손시키고 있다.<br /> &nbsp;</p> <p>시장 경쟁은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 내고 패자는 시장 경쟁에서 패배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시장참여 기업들은 이러한 패배의 대가를 치루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이것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져다 준다. 그런데 일단 한 세대의 경쟁이 끝나고 난 후 패자에 대한 배려는 시장경쟁이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 내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흔히 패자에 대한 배려를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혹은 동정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데 이는 시장경쟁에서 패자가 가진 중요한 역할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이다.<br /> &nbsp;</p> <p>패자는 경쟁 과정에서는 경쟁자들 중의 하나였고 그들이 없었다면 애초에 경쟁은 성립하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운동경기에서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의 역할을 이야기하는데 시장경쟁에서도 패자들은 같은 역할을 한다. 운동경기에서 같이 경쟁하는 경쟁자가 잘한다면 승자의 기록이 더욱 좋아져야 이길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시장경쟁에서도 경쟁기업의 기술이 우수할수록 승자로 남는 기업도 더욱 우수한 기술을 가져야 하고 더욱 열심히 노력하여야 한다. 따라서 시장경쟁에서 패자는 사후적으로는 패배에 대한 비용을 치러야 하지만 사전적으로는 승자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시장참여자로서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아 마땅하다.<br /> &nbsp;</p> <p>또한 패자는 자신이 경쟁 과정에서 기여한 바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 정당할 뿐만 아니라 패자가 너무 가혹한 패배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이는 그 자체로 경쟁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만일 패배의 비용이 너무 가혹하다면 경제 주체들은 극단적으로 패배 위험에 대해 기피적 성향을 보이게 되고 따라서 혁신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br /> &nbsp;</p> <p>한편 지나간 경쟁에서 패한 기업들, 혹은 그 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귀중한 자원을 가진 경제주체들로 그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대가를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 시장 경쟁에 참여한 경쟁기업들은 승자와 패자를 막론하고 모두 그 경쟁 과정에서 배우는 바가 있고 그런 경험은 다음 단계의 경쟁에서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다. 패자들이 왜 패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경험은 앞으로 동일한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 중요한 자산이다. 따라서 이들 패자들을 새로운 경쟁에 사용하기 위해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주는 것은 경쟁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br /> &nbsp;</p> <p>본 고는 시장의 경쟁이 경제적 불평등을 만들어 내는 과정과 그 효과를 논하였다. 경쟁은 불평등을 야기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시장 참여 기업들이 열심히 노력할 유인을 제공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돕지만 과거의 경쟁에서 이겨 시장지배력을 가지게 된 기업들이 미래의 경쟁을 왜곡시킬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패자에 대한 배려는 단순히 동정심이 아니라 경쟁을 보다 활성화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하다.<br /> &nbsp;</p> <p>최근 시장경제에는 아마존, 혹은 구글 등 극단적으로 거대한 기업들이 생겨나고 그에 따라 경제적 불평등 또한 증가하고 있다. 본 고는 왜 최근에 그러한 극단적 결과가 생겨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시장 경쟁은 완전경쟁이 구현이 안되는 현실경제에서도 불평등이 가진 유인효과를 활용하여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지만 불평등은 장기적으로 이러한 효율성 제고 효과를 상쇄시키는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환기시키고 있다.<br /> &nbsp;</p> <p class="author">이인호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UCLA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93년부터 영국의 Southampton 대학 교수로 재직하였고 2001년 귀국하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산업조직학회 회장과 한국금융정보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하였고 한국경제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예금보호 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인호교수의 연구분야는 게임이론에 기초한 정보경제학, 그리고 이를 응용한 경쟁정책과 금융규제 이론 등이다. 최근에는 시장 경쟁의 이론적 체계를 연구하고 있다.<br /> <br /> &nbsp;</p> <div class="footnote"> <h3>주</h3> <ul> <li><a href="#rfn-01"><span id="fn-01">1)</span></a>이 글은 <span class="underline">한국경제포럼</span>(2018. 4)에 실린 필자의 논문 &ldquo;시장과 불평등&rdquo;을 편집 수정한 글이다.</li> <li>&nbsp;</li> </ul> </div> <div class="reference"> <h3>참고문헌</h3> <ul> <li>이인호, (2018) &ldquo;시장과 불평등,&rdquo; <span class="underline">한국경제포럼</span>, 11 (1) pp. 33-59</li> <li>Freeland, C., (2013) <span class="underline">Plutocrats: The Rise of the New Global Super-Rich and the Fall of Everyone Else</span>, Penguin Books</li> <li>Foroohar, R., (2016) <span class="underline">Makers and Takers: The Rise of Finance and the Fall of American Business</span>, Crown Business</li> <li>Holmstrom, Bengt (1979) &ldquo;Moral Hazard and Observability,&rdquo; <span class="underline">The Bell Journal of Economics</span>, Vol. 10, No. 1, pp. 74-91</li> <li>Kay, J. (2016) <span class="underline">Other People&#39;s Money: The Real Business of Finance</span>, Public Affairs; Reprint edition</li> <li>Keeley, Michael C. (1990) &ldquo;Deposit Insurance, Risk, and Market Power in Banking,&rdquo; <span class="underline">The American Economic Review</span>, 80 (5) pp. 1183&ndash;1200</li> <li>Marshall, Alfred, (1947) <span class="underline">Principles of Economics</span>, 8th ed., New York: MacMillan</li> <li>Piketty, Thomas (2014) <span class="underline">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span>, Belknap Press</li> <li>Piketty, Thomas and Emmanuel Saez (2003) &ldquo;Income Inequality in the United States, 1913-1998&rdquo;, <span class="underline">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span>, 118(1), 1-39</li> <li>Rosen, S., (1981), &ldquo;The Economics of Superstars,&rdquo; <span class="underline">The American Economic Review</span>, Vol. 71, No. 5 pp. 845-858</li> <li>Rousseau, J.-J., (1754) <span class="underline">인간 불평등 기원론</span>, (<i>Discours sur l&#39;origine et les fondements de l&#39;in&eacute;galit&eacute; parmi les hommes</i>)</li> <li>Rousseau, J.-J., (1762) <span class="underline">사회계약론</span>, (<i>Du Contrat Social ou Principes du droit politique</i>)</li> <li>Shapiro, Carl and Joseph E. Stiglitz (1984) &ldquo;Equilibrium Unemployment as a Worker Discipline Device,&rdquo; <span class="underline">The American Economic Review</span>, 74 (3) pp. 433-444.</li> </ul> </div> <p class="note">경제서신의 내용은 저자의 견해이며 한국경제학회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p>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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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부노동시장 약화와 공유자원 비극의 가능성
- 배진한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 2018-07-11
<div class="read-content"> <p>최근 우리 경제는 성장 동력의 약화와 함께 청년층의 실업률이 계속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청년층의 학력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고학력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잘 증가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기업들은 신규 학교 졸업자를 채용하는 대신 이미 노동시장에서 능력과 숙련을 갖춘 이들을 경력직으로 중도 채용하는 경향도 강화되는 추세이다. 따라서 신규 학교 졸업자들의 취업가능성은 점차 더 낮아지고 있으며, 기업규모 간&middot;산업 간&middot;직업 간 인력수급 미스매치도 심화되는 상황이다.<br /> &nbsp;</p> <p>오랫동안 우리나라 인적자본의 축적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온 필자로서는 최근처럼 인적자본 축적에 대한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낀 적이 없었다. 일찍이 졸고(2008)에서 살펴본 대로 과거 우리 경제의 성장과정에서 인적자본의 축적은 매우 눈부시게 전개되었으며 이는 노동투입의 질적 수준도 빠르게 향상시켜 왔다. Gollop and Jorgenson (1980)과 Jorgenson, Gollop, and Fraumeni (1987)의 방법을 사용하여 노동투입 질 초월대수지수(translog index)로 측정해본 결과 산업별로 노동투입 질 변화가 상이하게 전개되었다는 점, 이 방법에 의존할 때 국내 기존 연구들(김광석․박준경, 1979; 송위섭, 1984 등)에 비해 질 향상속도가 상당히 빨랐다는 점, 그리고 유사한 분석방법에 근거한 자료가 존재하는 미국 등과 비교해서도 한국의 향상 속도가 훨씬 빨랐다는 점 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br /> &nbsp;</p> <p>그렇지만 2000년대 들어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하여 왔던 제조업과 수출산업들에서 생산인력의 고령화가 심화되는 추세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향후 10년 이내에 숙련된 기술인력의 부족이 심각해질 것이고, 따라서 앞으로 노사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청년층에 대한 기술 전승과 세대교체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경고성 연구(졸고(2006))도 발표한 바 있었다.</p> <p>또한 대전 지역 대덕연구개발특구 소재 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 내 인적자원개발(HRD) 노력이 경영 성과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실증분석 결과를 정리한 졸고(2009)는 HRD 노력이 근로자들의 이직률을 낮추고 벤처기업들의 경영 성과를 유의하게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사실도 보였다.<br /> &nbsp;</p> <p>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의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종업원들에 대한 인적자본 투자를 추세적으로 줄여나가고 있으며, 그 원인이 내부노동시장(internal labor market)의 이완 또는 약화와 밀접한 연관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졸고(2018)). 여기서 필자는 한국경제에서 인적자본 투자에 관한 한 공유자원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과 같은 상황이 전개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연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br /> &nbsp;</p> <p>청년취업을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내부노동시장의 약화 또는 이완 현상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주로 신규 학교 졸업 청년층을 채용하여 기업 내부에서 이들을 교육&middot;훈련시켜서 숙련인력으로 육성하고 각 분야로 승진&middot;배치전환하면서 활용하였다. 이것이 바로 우리 기업들의 내부노동시장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내부노동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선 신규 학교 졸업자의 채용이 줄어들고 경력직 근로자의 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의 핵심 영역을 제외한 부문의 인력은 비정규직 근로자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이 증가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제공되는 교육&middot;훈련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내부노동시장의 기능이 점차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다시 숙련인력 육성에 큰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증거들로 해석될 수 있다.<br /> &nbsp;</p> <p>내부노동시장은 원래 &lsquo;제조업의 공장과 같이 그 내부에서 노동의 가격 결정과 배치가 일련의 관리 규칙과 절차에 따라 운영되는 하나의 관리단위(administrative unit)로 정의된다(Dunlop, 1966). 이러한 내부노동시장의 형성 요인으로는 숙련의 특수성, 현장훈련, 그리고 관습 등이 중요하게 지적되었다(Doeringer and Piore, 1971).<br /> &nbsp;</p> <p>근로자들 숙련의 특수성, 즉 근로자들이 일하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업특수적(firm-specific) 숙련의 축적은 기업 경영자들에게 근로자들의 이직을 막도록 할 유인을 제공하고 이것이 내부노동시장의 중요한 형성 요인으로 인식되어 왔다. 또한 승진에 따라 계속 상승하는 임금체계 역시 근로자들로 하여금 기업에서 이직하지 않도록 막아주며 특수적 인적자본 축적에 대한 유인을 제공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Carmichael, 1983; Prendergast, 1993; Chang and Wang, 1996). 이러한 측면은 당연히 근로자의 연공을 구성하는 연령과 근속이 임금과 밀접한 관련을 갖도록 해줄 것이다.<a class="note-link" href="#fn-01" title="내부노동시장의 발달과 연령임금곡선의 모양과의 관계에 있어서 Malcolmson(1984)은 종업원의 근로의욕을 높이고 보다 많은 노력을 유인해내기 위한 수단으로서 승진제도를 이용하는 기업이 어떻게 연령임금곡선의 기울기를 높이는가를 보여준다."><span id="rfn-01">1)</span></a></p> <p>필자는 내부노동시장의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서 ① 내부노동시장에서 위계질서를 형성하는 근로자의 근속이나 연령과 임금의 상관관계에 어떤 의미 있는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지, ② 내부노동시장과 외부노동시장의 연결통로인 내부노동시장 최하단의 입직구에 유의한 변화가 생기고 있는지, 그리고 ③ 현장훈련을 포함하여 기업 내부에서의 교육․훈련 상황에 어떤 뚜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br /> &nbsp;</p> <p>우선 과거 10년간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령과 근속 사이의 단순 상관계수가 상당히 빠르게 감소하였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전통적으로 근로자 연공의 주요 구성요소인 연령과 근속 사이의 밀접한 관계가 과거에 비해서 차츰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 근로자들의 기업 간 이동이 좀 더 빈번해졌거나 아니면 신규 인력의 채용이 젊은 노동력에 국한되지 않고 경력직 근로자 채용이 상당 정도 늘어났기 때문일 수 있다. 말하자면 기업의 내부노동시장의 입직구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br /> &nbsp;</p> <p>우리나라에서는 최근까지도 연공임금체계가 여전히 지배적인 임금체계로 유지되어 왔는데(이영면 외, 2016) 그렇다면 이 연공임금체계는 당연히 우리 기업들에서의 내부노동시장 발전과 밀접한 관련을 가질 것이다. 그렇지만 연령임금곡선과 근속임금곡선이 최근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발견되었다.<br /> &nbsp;</p> <p>한편 내부노동시장은 경쟁적인 외부노동시장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외부노동시장과의 연결통로는 내부노동시장 최하단의 입직구와 최상단의 퇴직구뿐이다. 최하단의 입직구는 바로 젊은 노동력의 신규채용 경로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신규채용시장에도 뚜렷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편제하는 <i class="s-byte">「</i>인적자본기업패널<i class="s-byte">」</i><a class="note-link" href="#fn-02" title="이 조사는 개별 근로자 조사 자료와 기업본사 조사 자료를 각각 발표하므로 근로자 개인 기준으로 분석할 수도 있고 기업(사업체 아님) 단위의 분석도 가능하다."><span id="rfn-02">2)</span></a>의 2005년(1차)과 2015년(6차) 개별 근로자 조사 원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과거 10년간 표본기업 근로자들 전체적으로 입사 당시 직급의 구성비에서 내부노동시장 최하단을 구성하는 사원급 구성비가 하락하고 중간관리층에 속할 수 있는 주임/계장 직급의 구성이 크게 상승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생산직에서도 유사하게 진행되었고 특히 제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정규직 근로자 사이에서는 그 변화가 더욱 뚜렷하게 발견되고 있다. 이는 아래에서 보는 대로 그동안 주로 경력직 중도채용이 보다 강화된 탓으로 해석될 수 있다.<br /> &nbsp;</p> <p>뿐만 아니라 기업본사 수준에서 집계된 근로자 직급별 현원 및 채용인원의 구성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발견된다. 성별 교란요인을 배제하기 위해 남성에 국한하여 계산해보면 전산업에서 현재 인원의 사원급 구성이 과거 10년 사이 49.3%에서 25.2%로 크게 하락하고, 채용인원의 사원급 구성 역시 81.4%에서 65.0%로 매우 크게 하락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내부노동시장이 훨씬 견고할 것으로 생각되었던 제조업에서 보다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그 하락의 정도는 대기업에서 좀 더 강하였다는 점도 발견할 수 있다. 반면에 채용인원 면에서 대리급 이상의 직급에서는 그 비율이 상당 수준 상승하고 있음도 발견된다. 이는 바로 경력직 근로자 채용이 뚜렷하게 증가하였다는 사실의 증거로 판단된다. 이러한 사실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에서 최근 내부노동시장이 점차적으로 약화되거나 이완되는 현상의 지표로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br /> &nbsp;</p> <p>내부노동시장의 주요 형성 요인의 하나로 강조되는 현장훈련은 기업특수적 숙련의 축적에 필요한 중요한 수단인데, 산업 전체적으로 과거 10년간 기업 내에서 총 인건비 대비 교육&middot;훈련비의 비율도 뚜렷하게 하락하였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하락하였으며,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에서 더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교육&middot;훈련투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Oi(1962)의 노동요소의 고정도(degree of fixity) 개념으로 살펴보아도 2015년까지 계속 감소 추세가 발견된다. 고정도가 감소하면 이론적으로는 노동요소가 가변요소로서의 성격을 더욱 강하게 갖게 되어 고용조정의 비용도 낮아지고 조정 속도도 당연히 더 빨라질 것이다. 내부노동시장의 발달 정도가 더 진전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기업에서 고정도의 하락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br /> &nbsp;</p> <p>기업 내부에서 최근까지 진행되고 있는 근로자에 대한 교육&middot;훈련투자 감소현상은 그렇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Becker (1964)의 이론에 따르면 기술 변화가 일반적 숙련의 중요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 이것이 기업들의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middot;훈련투자를 줄일 수 있다. 근로자들이 확보한 숙련이 여타 기업들에서도 비슷하게 유용하다면 보다 유리한 임금제의나 근로조건이 제공되는 기업들에게로 쉽게 이동하여 갈 수 있기 때문이다.<br /> &nbsp;</p> <p>또한 근로자들의 연령이 증가하면 생애주기를 도입한 인적자본이론에 의해 인적자본투자는 감소할 수 있다(Ben-Porath, 1967; Heckman, 1976; Weiss, 1986). 여기서 우리가 근로자들의 연령에 주목하는 이유는 최근 청년 인구와 청년 노동력의 감소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 내 근로자들의 평균연령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서 이것이 인적자본투자의 생애주기론에 따라 기업 내 근로자 교육&middot;훈련투자를 감소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br /> &nbsp;</p> <p>한편 Doeringer and Piore (1971)의 내부노동시장이론에 따르면 기업 내부에서 내부노동시장이 약화 또는 이완되면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middot;훈련(특히 현장훈련)이 감소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들은 내부노동시장의 생성과 작동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숙련의 특수성(skill specificity)과 훈련(training)이라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p> <p>Becker와 Doeringer and Piore의 이론을 종합할 때 비핵심적 근로자 또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수가 증가하면 기업 내부에서 교육&middot;훈련투자가 약화될 수도 있다. 장기근속이 불가능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장기근속을 필요로 하는 기업특수적 훈련의 필요성도 매우 낮으며 또한 이들을 내부노동시장으로 편입시키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br /> &nbsp;</p> <p>2005년에서 2015년까지 10년간 개별 기업 내 근로자 대상 교육&middot;훈련비용 비율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인다. 이 추세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서 정규직 경력직 신규채용 비율의 상승에서 비롯한 것임이 2단계 최소자승법을 이용한 실증분석을 통해 발견되었다. 기업 내부에서 경력직 신규채용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곧 내부노동시장의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결국 기업 내부노동시장의 약화 추세가 우리나라 기업 내부 교육&middot;훈련투자 감소를 촉진하여 왔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분명한 논거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근로자들의 평균연령 수준이 상승하여 기업 내부 교육&middot;훈련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은 통계적으로 부분적으로 지지되기는 하지만 그 설명력은 상당히 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졸고, 2018).</p> <p>아울러 전직에 따르는 임금손실 가능성이 과거보다 상당히 약화되었다는 측면도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점도 숙련의 축적에 개별 기업들이 애써 교육&middot;훈련 투자비용을 부담할 유인을 약화시킬 것이다. 만약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기술진보의 추세가 앞으로도 이렇게 진행된다면 개별 기업들은 계속 교육&middot;훈련 투자를 줄여나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최근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거대한 기술변화 흐름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br /> &nbsp;</p> <p>기업들이 장기 고용을 전제로 장기간에 걸친 교육&middot;훈련투자를 통해 내부 인력의 능력을 높일 유인이 약해지고, 경력직 숙련 근로자들을 주로 선발&middot;고용하게 된다면 정규직 직원으로의 입직 경로를 차단당한 청년들은 능력개발&middot;형성의 기회 자체를 잃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러한 추세가 그대로 방치된다면 당연히 인적자원투자 면에서 공유자원의 비극과 같은 현상이 초래될 것이다. 우수한 숙련인력은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아무도 범용성이 높고 따라서 이동 가능성이 높은 그러한 숙련인력을 자기 비용을 들여 양성하거나 육성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br /> &nbsp;</p> <p>현재의 추세와 같은 내부노동시장의 약화 또는 이완, 그리고 이에 따른 기업 내 교육&middot;훈련의 감소에 대한 대안은 결국 기업 외부에서 청년층과 중소기업을 위한 고품질의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장치들)를 현실성 있게 구축해나가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기업에게는 교육&middot;훈련 투자의 유인도 점차 약해지고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는 인적&middot;물적 여력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인프라는 관련 직업훈련 공급자들(업계단체, 민간교육&middot;훈련기관, 관련 기업, 공익법인, 고등교육기관 등)이 모두 참여하여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튼튼하고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구축하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교육&middot;훈련 사업들의 경우 교육&middot;훈련 프로그램의 운영주체를 과거와는 혁신적으로 다르게 반드시 실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기업들로 구성되는 민간조직으로 하되, 그들 자신이 수요자 중심으로 필요한 교과과정과 교육&middot;훈련 수준을 결정하고 채용까지 책임지는 지속 가능한 체제가 필요하다.</p> <p class="author">배진한 명예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80-2015년 충남대학교 경제학과에 노동경제학 분야 교수로 재직하였다. 1976-1980년 한국은행에 재직하였으며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충남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대전․충남고용포럼대표, 17개 특광역시도 지역고용포럼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2016-2017년에는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우리나라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를 주제로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p> <div class="footnote"> <h3><br /> <br /> 주</h3> <ul> <li><a href="#rfn-01"><span id="fn-01">1)</span></a>내부노동시장의 발달과 연령임금곡선의 모양과의 관계에 있어서 Malcolmson(1984)은 종업원의 근로의욕을 높이고 보다 많은 노력을 유인해내기 위한 수단으로서 승진제도를 이용하는 기업이 어떻게 연령임금곡선의 기울기를 높이는가를 보여준다.</li> <li><a href="#rfn-02"><span id="fn-02">2)</span></a>이 조사는 개별 근로자 조사 자료와 기업본사 조사 자료를 각각 발표하므로 근로자 개인 기준으로 분석할 수도 있고 기업(사업체 아님) 단위의 분석도 가능하다.</li> </ul> </div> <div class="reference"> <h3>참고문헌</h3> <ul> <li>김광석&middot;박준경.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요인』. 한국개발연구원. 1979.</li> <li>배진한. 「인적자원개발과 노사파트너십」. 『한국노동교육원 제2개원 심포지움』 발표논문. 2006.10.17일.</li> <li>배진한. 「노동시장과 인적자원개발로 본 한국의 경제발전」. 『경영경제연구』. 제31권 제2호 (2008.12월): 1-32. 충남대학교 경영경제연구소.</li> <li>배진한. 「벤처기업 인적자원개발 노력이 경영성과에 미치는 효과 - 대덕연구개발특구 소재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 『벤처경영연구』 제12권 제3호 (2009.8월): 43-65. 한국중소기업학회.</li> <li>배진한. 「기업 내부노동시장 변화와 인적자원개발 투자 유인」. 『노동경제논집』 제41권 제1호(2018.3월): 83-124. 한국노동경제학회.</li> <li>송위섭. 「노동력의 질적 수준 향상과 경제성장」. 『경제학연구』 제32권(1984.12월): 155-183. 한국경제학회.</li> <li>이영면&middot;강창희&middot;권현지&middot;김기선&middot;박우성&middot;이상민&middot;정승국&middot;구미현. 『2016년 임금보고서: 임금체계 개편의 대안 모색』.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2016.3월.</li> <li>정이환. 「기업 내부노동시장의 변화, 1982&sim;2007: 직종별 차이를 중심으로」. 『한국사회학』 47집 5호 (2013.10월): 209-240.</li> <li>한국직업능력개발원. 홈페이지 (<a href="http://www.krivet.re.kr" target="blank">http://www.krivet.re.kr</a>). 「인적자본기업패널」의 2005년(1차), 2007년(2차), 2015년(6차) 본사용 및 근로자용 조사 원자료 (2017.5.20일 접속).</li> <li>Becker, G.. <i>Human Capital: A Theoretical and Empirical Analysis with Special Reference to Education.</i> NY: Columbia U. Press. 1964.</li> <li>Ben-Porath, Y.. &ldquo;The Production of Human Capital and the Life Cycle of Earnings.&rdquo; <i>Journal of Political Economy</i> 75 (4) (Aug. 1967): 352-365.</li> <li>Carmichael, L.. &ldquo;Firm-specific Human Capital and Promotion Ladders.&rdquo; <i>Bell Journal of Economics</i> 14 (1) (Spring 1983): 251-258.</li> <li>Chang, C. and Y. Wang. &ldquo;Human Capital Investment under Asymmetric Information: The Pigouvian Conjecture Revisited.&rdquo; <i>Journal of Labor Economics</i> 14 (3) (July 1996): 505-519.</li> <li>Doeringer, P.B. and M.J. Piore. <i>Internal Labor Markets and Manpower Analysis.</i> M.E. Sharpe Inc.. 1971.</li> <li>Dunlop, J.T.. &ldquo;Job Vacancy Measures and Economic Analysis.&rdquo; <i>The Measurement and Interpretation of Job Vacancies: A Conference Report.</i> NBER. Columbia U. Press, 1966.</li> <li>Gollop, F.M. and D.W. Jorgenson. &ldquo;U.S. Productivity Growth by Industry, 1947-73.&rdquo; in Kendrick, J.W. and B.N. Vaccara (ed.). <i>New Developments in Productivity Measurement and Analysis.</i> The U. of Chicago Press. 1980.</li> <li>Heckman, J.. &ldquo;A Life Cycle Model of Earnings, Learning and Consumption.&rdquo; <i>Journal of Political Economy</i> 84 (4) (Aug. 1976): S11-S44.</li> <li>Jorgenson, D.W. and F.M. Gollop, and B. Fraumeni. <i>Productivity and U.S. Economic Growth.</i> North-Holland. 1987.</li> <li>Malcomson, J.. &ldquo;Work Incentives, Hierarchy and Internal Labor Market.&rdquo; <i>Journal of Political Economy</i> 92 (3) (June 1984): 486-507.</li> <li>Oi, W.. &ldquo;Labor as a Quasi-fixed Factor of Production.&rdquo; <i>Journal of Political Economy</i> 70 (6) (Dec. 1962): 538-555.</li> <li>Prendergast, C.. &ldquo;The Role of Promotion in Inducing Specific Human Capital Aquisition.&rdquo; <i>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i> 108 (2) (May 1993): 523-534.</li> <li>Weiss, Y.. &ldquo;The Determination of Life-cycle of Earnings: A Survey.&rdquo; in O. Ashenfelter and R. Layard (eds.) <i>Handbook of Labor Economics</i> (Vol. Ⅰ Chapter 11 pp.603-640). Amsterdam: Elsevier Science. 1986.</li> </ul> </div> <p class="note">경제서신의 내용은 저자의 견해이며 한국경제학회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p>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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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 연구 - 남북한 경제통합과 북한 경제의 성장 잠재력 분석
- 이종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 2018-06-05
<div class="read-content"> <p>한 경제의 장기 성장 경로 분석과 경제 성장률의 결정 요인 분석은 1980년대 내생적 성장 이론의 등장과 더불어 경제학의 중요한 연구 분야였다. 신성장이론은 과거의 성장모형에서 간과되었던 인적자본, 기술, 제도, 정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저자의 초기 연구는 신성장이론의 토대에서 무역 (Lee 1993), 인적자본 (Barro and Lee 1994), 자본재 수입 (Lee 1995), 외국인 직접투자와 기술흡수능력 (Borensztein, De Gregorio and Lee 1998)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하여 한국의 산업&middot; 기업별 자료를 이용한 분석(Lee 1995, Borensztein and Lee 2002)과 국가간 거시 자료를 이용한 분석을 한 바 있다(Lee 2016).<br /> &nbsp;</p> <p>저자는 신흥국과 한국을 대상으로 한 과거 연구의 연장선에서 최근에는 남북한 경제 통합별 시나리오에 따른 북한의 성장잠재력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Noland, Robinson and Wang (2000), Bradford and Phillips(2005), Funke and Strulik (2005), Brown, Choi and Kim (2012), Kim (2017) 등과 같이 북한 경제에 대한 전문가들이 이미 우수한 연구들을 많이 하였다. 그러나 경제성장&middot;경제통합 이론에 기초한 연구가 아직 부족하고 앞으로 남북한 경제협력과 통합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이 분야의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미흡하지만 이 기회에 본인의 최근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br /> &nbsp;</p> <p>McKibbin, Lee, Liu, and Song (2017)은 남북한 통일이 양국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세계 동태확률일반균형 모형(Global DSGE model)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이 모형은 기존의 세계 모형에 2014년의 북한 거시경제 및 부문별 데이터베이스, 산업간 투입-산출표를 결합하여 구축하였다. 북한의 개혁과 점진적인 소득 수렴,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와 즉각적인 통일, 그리고 남북한의 혼돈과 위기 지속이라는 세 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남북통일이 경제 활동, 무역 및 자본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추정하였다.<br /> &nbsp;</p> <p>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북한의 개혁과 점진적인 수렴은 중국의 친시장적 개방경제 형태를 띨 것이고 남북한의 통일 과정에서 남한의 재정 지원은 매년 남한 GDP의 1.5% (북한 GDP의 60%) 수준으로 가정하였다. 시뮬레이션 결과 북한은 생산성 증가와 함께 매년 10%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추계되었다. 두 번째 시나리오의 경우에는 북한의 체제 붕괴로 투자와 생산성이 초반에 크게 감소하나 이후 개혁과 함께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였다. 남한은 북한에 대한 재정 지원이 많아지고 실질 소득이 감소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북한의 경제 규모로 인해 남한이 받는 무역과 금융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 또한 북한 이주민으로 인해 남한 노동시장이 교란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점진적인 이주의 경우 이주민 수용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와 준비되지 않은 무질서한 통일 과정이 발생하면 해외투자자들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남한의 관리능력을 의심할 것이고 이에 따라 통일 과정 초반에 상당한 순해외투자 감소가 발생하고 남한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였다.<br /> &nbsp;</p> <p>Lee and Pyun (2017)은 국가 간 자료에 근거한 실증 분석을 통하여 북한이 개방 시장경제로 실질적인 개혁을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더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 논문은 무역 및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중력 모형(Gravity model)을 통해 남북이 군사적 갈등 없이 경제 통합과 협력을 추구할 때 남북한 무역 규모가 북한 GDP의 36%까지, FDI는 북한 GDP의 6%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였다. 전반적으로 남한과의 무역 및 FDI 통합과 시장지향적인 개혁을 통해 북한은 향후 수십 년 동안 매년 약 4.7%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반대로 북한에 매우 엄격한 경제제재가 지속되면 무역 및 투자가 감소하고 북한의 GDP 성장률은 연간 약 2%p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였다.<br /> &nbsp;</p> <p>분단 이후 약 7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국민들은 통일에 대한 열망이 높다. 하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 역시 큰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통일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 통일의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과 통일의 경제적 혜택과 비용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조동호 (1997), 송준혁 (2013), 김규륜 외 (2012)는 통일 비용과 편익을 추정한 대표적인 선행연구들이다.<br /> &nbsp;</p> <p>강문성, 이종화, 편주현 (2014)은 경제성장모형을 이용해 북한 경제가 개혁&sdot;개방정책을 단행하고 남북한 경제가 점진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통합되는 경우를 가정하여 경제통합(통일)의 혜택과 비용을 추정했다. 또한 경제통합에 따른 남북한 무역규모 변화를 추정하였고, 한반도 평화와 전쟁 방지의 경제적 혜택 역시 분석했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남북한의 경제적 통합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2025년에 통일이 되는 시나리오를 설정하여 남북한 경제적 혜택의 크기를 계산하였다. 북한이 개혁&middot;개방을 하고, 남한과 경제적 통합을 이루어 나간다면 투자율 상승, 기술 진보율 상승, 인적자본 축적 속도 향상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남북 협력 사업과 남북 간 교역 확대, 남북한의 국방 인력 및 국방비 축소 등이 이루어지면 북한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추정하였다. 2050년까지 남북한 경제규모의 격차와 일인당 소득의 격차가 줄어드는 소득의 수렴(convergence)이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통일 비용을 분석함에 있어, 순수하게 남북한의 소득 격차를 보전하기 위해 남한에서 북한으로 지불하는 이전 지출만을 통일 비용으로 간주하였다. 이 경우 남북한의 점진적인 경제통합을 통해 통일을 이루는 경우의 총혜택이 총비용보다 클 수 있음을 보였다. 그러나 남북한이 현재의 상태로 분단을 유지하다가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통일을 맞이하게 될 경우, 점진적으로 통일을 준비해온 경우보다 훨씬 많은 소득 보전 비용과 적응 비용을 지불해야 함을 보였다.<br /> &nbsp;</p> <p>앞서 언급한 저자의 연구들은 주로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경제성장과 통합의 분석 틀을 이용하여 남북한 간의 경제협력, 통합의 효과를 분석한 것이다. 여러 시나리오를 통해 경제 전반에 관한 거시 변수들을 통합적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실제 남북한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통합, 통일의 과정을 분석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앞으로 좀 더 정교한 경제 모형을 통한 분석, 미시적인 자료를 이용한 연구와 법&middot;제도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 한반도의 통일이 동북아시아 주변 국가들의 무역, 직접투자, 금융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관한 분석도 필요하다.<br /> &nbsp;</p> <p class="author">이종화 교수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부터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아세아문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경제통합국장, 조사국장,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바 있다. 한국경제학회 부회장,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경제성장ㆍ인적자본ㆍ금융위기ㆍ경제통합 등의 주제에 대해 많은 저서와 논문들을 발간했다. 최근에는 북한의 거시모형을 만들어 남북 관계가 개선되었을 때 무역, 금융, 직접투자 등의 거래가 북한 경제 성장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시뮬레이션 연구를 했다. 앞으로 경제성장, 인적자본과 남북한 경제통합에 대해 좀 더 발전된 연구를 하려고 한다.<br /> <br /> &nbsp;</p> <div class="reference"> <h3>참고문헌</h3> <ul> <li>강문성, 이종화, 편주현, &ldquo;남북한 경제통합의 혜택과 한반도 통일 국가의 역할,&rdquo; 아연출판부, 2014.</li> <li>김규륜, 임강택, 조한범, 황병덕, 김형기, &ldquo;통일 비용&middot; 편익의 분석모형 구축,&rdquo; 통일연구원 기타간행물, 2012, 1-284.</li> <li>송준혁, &ldquo;내생적 성장모형을 이용한 남,북한 경제통합 성장 경로 분석,&rdquo; 『한국경제의 분석』, 20(1), 2014, 57-105.</li> <li>조동호, &ldquo;통일에 따른 경제적 편익,&rdquo; 전홍택, 이영선(편), 『한반도 통일시의 경제통합전략』, 서울: 한국개발연구원, 1997.</li> <li>Barro, R. J., &amp; Lee, J. W. (1994, June). Sources of economic growth. In Carnegie-Rochester conference series on public policy (Vol. 40, pp. 1-46). North-Holland.</li> <li>Borensztein, E., De Gregorio, J., &amp; Lee, J. W., &ldquo;How does foreign direct investment affect economic growth?,&rdquo; <i>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s</i>, 45(1), 1998, 115-135.</li> <li>Borensztein, E., &amp; Lee, J. W., &ldquo;Financial crisis and credit crunch in Korea: evidence from firm-level data,&rdquo; <i>Journal of Monetary Economics</i>, 49(4), 2002, 853-875.</li> <li>Bradford, S. C., &amp; Phillips, K. L., &ldquo;A dynamic general equilibrium model of phased Korean reunification,&rdquo; <i>Korea and the World Economy</i>, 6(1), 2005, 27-49.</li> <li>Funke, M., &amp; Strulik, H., &ldquo;Growth and convergence in a two-region model: the hypothetical case of Korean unification,&rdquo; <i>Journal of Asian Economics</i>, 16(2), 2005, 255-279.</li> <li>Kim, B. Y., &ldquo;Unveiling the North Korean economy: Collapse and transition,&rdquo; <i>Cambridge University Press</i>, 2017.</li> <li>Lee, J. W., &ldquo;Korea&#39;s Economic Growth and Catch‐up: Implications for China,&rdquo; <i>China &amp; World Economy</i>, 24(5),2016, 71-97.</li> <li>Lee, J. W., &ldquo;Government interventions and productivity growth,&rdquo; <i>Journal of Economic Growth</i>, 1(3), 1996, 391-414.</li> <li>Lee, J. W., &ldquo;Capital goods imports and long-run growth,&rdquo; <i>Journal of Development Economics</i>, 48(1), 1995, 91-110.</li> <li>Lee, J. W., &ldquo;International trade, distortions, and long-run economic growth,&rdquo; <i>Staff papers</i>, 40(2), 1993, 299-328.</li> <li>Lee, J. W., &amp; Pyun, J. H. (2016). North Korea&#39;s economic integration and growth potential, CAMA Working Paper No. 69/2016. Available at SSRN: <a href="https://ssrn.com/abstract=2875143" target="blank">https://ssrn.com/abstract=2875143</a> or <a href="http://dx.doi.org/10.2139/ssrn.2875143" target="blank">http://dx.doi.org/10.2139/ssrn.2875143</a></li> <li>McKibbin, W. J., Lee, J. W., Liu, W., &amp; Song, C. J. (2017). Modelling the economic impacts of Korean unification, CAMA Working Paper No. 30/2017. Available at: <a href="https://cama.crawford.anu.edu.au/publication/cama-working-paper-series/9652/modelling-economic-impacts-korean-unification" target="blank">https://cama.crawford.anu.edu.au/publication/cama-working-paper-series/9652/modelling-economic-impacts-korean-unification</a></li> <li>Noland, M., Robinson, S., &amp; Wang, T., &ldquo;Modeling Korean Unification,&rdquo; <i>Journal of Comparative Economics</i>, 28(2), 2000, 400-421.</li> <li>St. Brown, M., Choi, S. M., &amp; Kim, H. S., &ldquo;Korean economic integration: Prospects and pitfalls,&rdquo; <i>International Economic Journal</i>, 26(3), 2012, 471-485.</li> </ul> </div> <p class="note">경제서신의 내용은 저자의 견해이며 한국경제학회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p>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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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제조기업의 생산성과 국제화 전략
- 허 정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 2018-05-14
<div class="read-content"> <p>기업의 생산성은 국가 경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개방경제형 국가에서는 기업들이 해외투자 및 무역 등 다양한 국제화 전략을 취하고 있어, 이 기업들의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이 국가 경제 발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어져 왔다. 이러한 인식은 연구자들과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 널리 공유되고 있다.<br /> &nbsp;</p> <p>기업단위의 생산성에 대한 이해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연구소 및 학계에서는 주로 산업 혹은 거시경제 차원에서의 생산성 연구를 수행해 온 것이 사실이다. 기업 수준의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동일 산업이라 하더라도 개별 기업들의 이질적 특성(Heterogeneity)에 따라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할 수 있으며, 그러한 기업들의 전략 선택의 결과가 바로 산업의 수준과 발전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국제무역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수출산업이라 하더라도 그 안의 모든 기업들이 다 수출을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어떤 이유로 인해 수출을 하는 기업들이 줄어들게 되면 산업수준에서의 비교우위도 사라질 수 있게 된다. 결국, 기업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산업 더 나아가서 국가경제 전체에 대한 이해도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br /> &nbsp;</p> <p>사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선진국들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바탕을 두고 기업 생산성과 국제화 관련 연구가 매우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초기 연구로는 Melitz (2003)가 있는데, 수출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이 성장한다는 기존의 학습가설과 반대로, 기업의 생산성 수준이 높을수록 수출시장 진출의 가능성이 더 높다는 소위 시장선별(Market selection) 가설을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Helpman, Melitz and Yeaple (2004)는 수출뿐만 아니라 해외직접투자 행위도 역시 기업 수준의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이론적 실증적으로 증명하였다. 미국을 시작으로 하여, 2000년 중반에 영국(Girma, Kneller and Pisu, 2005), 독일(Arnold and Hussinger, 2005) 그리고 일본(Head and Ries, 2003; Tomiura, 2007)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러한 가설이 검증 및 확인되어 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실증분석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이후이며 최근에 좀 더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이에 본 글에서는 본인이 수행한 관련 연구 3편을 소개하고자 한다.<br /> &nbsp;</p> <p>우선, 기존의 연구와 동일한 방법론과 기업 수준의 마이크로자료를 이용한 우리나라 연구로는 전현배&middot;조장희&middot;허정(2013)이 있다. 이 연구는 Helpman, Melitz and Yeaple (2004)의 가설을 우리나라 기업에 적용한 사례이다. 2006년부터 2008년 사이 5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4,338개의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하여, 이들의 생산성을 추정하고 국내기업군(39.6%), 수출기업군(41.0%), 그리고 수출과 해외직접투자를 동시에 수행하는 다국적기업군(19.4%)으로 나누어 이들 간의 생산성 격차가 실제로 존재함을 보이고 있다. &lt;그림 1&gt;은 기업의 국제화 전략별 기업의 생산성 누적확률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이 그림에서 보여주듯이, 연도에 상관없이 국내기업군 &lt; 수출기업군 &lt; 다국적기업군의 순서로 생산성 격차가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각 산업 내에서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제조산업 전체의 자본집약도와 R&amp;D집약도 평균을 기준으로 평균이상 산업과 그 이하 산업으로 구분한 후, 이들 산업군 내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검증하였다. 그 결과 자본집약도 및 R&amp;D집약도의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산업군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 특성상 모기업의 자회사 경영개입이 예상되는바 모기업이 없는 독립기업을 대상으로 하여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br /> &nbsp;</p> <div class="figure"> <div class="tit"><em>그림 1</em>기간별, 생산성별, 국제화 전략별 누적확률분포<br /> &nbsp;</div> <div class="col2"> <div><span class="lbl">A. 노동생산성(LP), 2007</span> <img src="/images/site/letter/201801_fig_1_1.png" /></div> <div><span class="lbl">B. 총요소생산성(TFP), 2007</span> <img src="/images/site/letter/201801_fig_1_2.png" /></div> </div> <div class="col2"> <div><span class="lbl">C. 노동생산성(LP), 2008</span> <img src="/images/site/letter/201801_fig_1_3.png" /></div> <div><span class="lbl">D. 총요소생산성(TFP), 2008</span> <img src="/images/site/letter/201801_fig_1_4.png" /></div> </div> <div class="legend"> <ul> <li>&nbsp;</li> <li><img src="/images/site/letter/201801_solid.png" />어떠한 국제화 전략도 수행하지 않은 기업집단</li> <li><img src="/images/site/letter/201801_dash.png" />수출만 수행하는 기업집단</li> <li><img src="/images/site/letter/201801_dot.png" />수출과 해외직접투자를 동시에 수행하는 기업집단</li> <li>&nbsp;</li> </ul> </div> </div> <p>둘째, 우리나라 기업의 국제화 전략은 단순히 수출과 해외직접투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시아 지역의 글로벌 가치사슬에 깊게 참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글로벌 가치사슬 내에서는 수출기업이 동시에 수입도 하는 매우 복잡한 투입-산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제조기업이 생산에 들어가는 각종 중간재를 구매할 때 비용절감을 위해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에서 조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오프쇼어링이라고 하는데, 수출과 오프쇼어링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연구로 조장희&middot;허정(2013)이 있다. 이 논문은 두 가지 사실에 근거하여 실증분석을 진행하였다. 우선, 아래의 &lt;표 1&gt;에 따르면 수출하는 기업군과 오프쇼어링하는 기업군들의 생산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의 생산성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출기업군은 60% 이상이며 오프쇼어링기업군은 6% 정도 수준이다. 그 다음으로는 수출과 오프쇼어링을 병행하는 기업(8.1%)이 오프쇼어링만 하는 기업(2.5%)보다 더 많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은 수출과 오프쇼어링의 복수전략을 취하는 기업과 그들의 생산성이 매우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추론에 대해서 실증분석을 한 결과, 실제로 생산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수출과 오프쇼어링을 병행하는 국제화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즉,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된 기업일수록 그 생산성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기업수준 자료를 통해 처음으로 보여준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br /> &nbsp;</p> <div class="table table-201801"> <div class="tit"><em>표 1</em>오프쇼어링 및 수출 여부에 따른 총요소생산성 비교<br /> &nbsp;</div> <div><span class="lbl">A. 오프쇼어링</span> <div class="res-tbl"> <table> <tbody> <tr> <th>&nbsp;</th> <th>2007</th> <th>2008</th> <th>2009</th> <th>2010</th> <th>Total</th> </tr> <tr> <td>오프쇼어링 수행기업(OF)</td> <td>2.580<em>(0.009)</em></td> <td>2.634<em>(0.010)</em></td> <td>2.685<em>(0.011)</em></td> <td>2.609<em>(0.011)</em></td> <td>2.623<em>(0.005)</em></td> </tr> <tr> <td>오프쇼어링 비수행기업(DOM)</td> <td>2.782<em>(0.034)</em></td> <td>2.972<em>(0.045)</em></td> <td>3.001<em>(0.044)</em></td> <td>2.929<em>(0.046)</em></td> <td>2.909<em>(0.021)</em></td> </tr> <tr> <td>전체 표본</td> <td>2.592<em>(0.008)</em></td> <td>2.653<em>(0.041)</em></td> <td>2.704<em>(0.010)</em></td> <td>2.629<em>(0.010)</em></td> <td>2.640<em>(0.005)</em></td> </tr> <tr> <td>OF - DOM</td> <td>0.201*<em>(0.035)</em></td> <td>0.338*<em>(0.041)</em></td> <td>0.316*<em>(0.043)</em></td> <td>0.320*<em>(0.043)</em></td> <td>0.286*<em>(0.020)</em></td> </tr> </tbody> </table> </div> </div> <div><span class="lbl">B. 수출</span> <div class="res-tbl"> <table> <tbody> <tr> <th>&nbsp;</th> <th>2007</th> <th>2008</th> <th>2009</th> <th>2010</th> <th>Total</th> </tr> <tr> <td>비수출 기업(Non-Export)</td> <td>2.532<em>(0.013)</em></td> <td>2.574<em>(0.015)</em></td> <td>2.594<em>(0.017)</em></td> <td>2.481<em>(0.018)</em></td> <td>2.542<em>(0.008)</em></td> </tr> <tr> <td>수출 기업(Export)</td> <td>2.637<em>(0.011)</em></td> <td>2.696<em>(0.012)</em></td> <td>2.759<em>(0.013)</em></td> <td>2.695<em>(0.013)</em></td> <td>2.695<em>(0.006)</em></td> </tr> <tr> <td>전체 표본</td> <td>2.592<em>(0.008)</em></td> <td>2.653<em>(0.010)</em></td> <td>2.704<em>(0.010)</em></td> <td>2.629<em>(0.010)</em></td> <td>2.640<em>(0.005)</em></td> </tr> <tr> <td>Export &ndash; Non-Export</td> <td>0.105*<em>(0.017)</em></td> <td>0.122*<em>(0.020)</em></td> <td>0.165*<em>(0.022)</em></td> <td>0.214*<em>(0.022)</em></td> <td>0.153*<em>(0.010)</em></td> </tr> </tbody> </table> </div> </div> <div class="note">주: 각 셀의 값은 연도별, 오프쇼어링 및 수출 활동별 총요소생산성의 로그 평균이며, 괄호는 표준오차를 의미한다. *는 양측검정 1%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함을 의미한다.<br /> &nbsp;</div> </div> <p>마지막으로, 중간재 수입 방식, 즉 오프쇼어링의 종류를 둘로 구분하여 기업의 생산성과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으로는 Cho, Chun and Hur (2014)이 있다. 우선 오프쇼어링을 foreign insourcing과 foreign outsourcing으로 나누었다. 전자는 해외 자회사로부터 중간재를 조달하는 방식이고, 후자는 해외 비자회사로부터 중간재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 논문에서는 2007년 우리나라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하여 이 두 가지 전략의 보완성에 대한 실증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 생산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이와 같이 복수의 중간재 조달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로, 이 논문에서는 이 복수 전략을 선택하는 방식이 두 가지로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동종의 중간재를 조달하는데 있어서 foreign insourcing과 foreign outsourcing을 동시에 취하는 bi-sourcing 방식이 있을 수 있으며, 서로 다른 이종의 중간재에 대해서 foreign insourcing과 foreign outsourcing을 각각 취하는 hetero-sourcing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전자와 같이 bi-sourcing 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중간재의 해외시장 가격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고자 하는 내부화 동기(internalization)가 있으며, 후자와 같이 hetero-sourcing 방식을 취하는 이유로는 제품의 다각화 및 판매시장의 다각화의 동기(Diversification)가 있다고 설명한다. 어떤 방식이든지 간에 이러한 복수의 전략을 취하는 기업은 해외투자를 병행하는 다국적 기업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의 다국적 기업들은 현지 생산판매보다 국내의 생산시설과 연계하여 중간재 조달을 위한 생산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기업들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선진국형 다국적 기업들과는 다른 전략으로 보인다. 선진국형 다국적 기업들은 제조시설을 해외로 옮기면서 자국 내의 생산시설과 고용의 공동화 현상을 겪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다국적 기업의 해외투자는 국내생산시설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글로벌 가치사슬의 한 단계로 편입을 하여 중간재 조달과 생산, 그리고 수출 등을 연계하기 위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생산성이 매우 높은 기업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br /> &nbsp;</p> <p>이상의 3편의 논문에서 밝히고 있는 공통된 사실은,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의 생산성은 기업 수준에서의 생산성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으며, 특히 중국과 아시아 지역의 글로벌 가치사슬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우리나라 제조기업들은 복수의 다양한 국제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과 수입, 그리고 해외직접투자와 같은 국제화 전략을 취하는 기업들은 국내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해 나갈 때 결국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국민들의 소득과 복지후생 수준 역시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br /> &nbsp;</p> <p class="author">허정 교수는 2001년 미국 위스콘신 대학(매디슨)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였고,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로 재직하였다. 2008년 모교인 서강대학교로 돌아온 후 개방경제하의 한국경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 분야의 기업과 사업체 수준의 마이크로 데이터에 기반한 실증분석을 하고 있다. 그동안 총 46편의 학술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간하였으며,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연구주제로는 기업의 생산성과 국제화 전략, 글로벌 가치 사슬 속에서의 기업 성장, 기업들의 국제화 전략으로 인한 국내고용과 생산성에 대한 영향, 그리고 제조기업들의 수출동학 패턴 등이다. 한국경제학회, 한국경제연구학회, 한국국제통상학회, 한국국제경제학회, 그리고 응용경제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p> <div class="reference"> <h3>참고문헌</h3> <ul> <li>전현배&middot;조장희&middot;허정, &ldquo;기업의 생산성 격차와 국제화 전략,&rdquo; 『경제학연구』, 제61권 제1호, 2013, 5-30.</li> <li>조장희&middot;허정, &ldquo;한국의 제조기업 총요소 생산성과 오프쇼어링의 선택,&rdquo; 『한국경제연구』, 제31권 제4호, 2013, 27-52.</li> <li>Arnold, Jens Matthias, and Katrin Hussinger, &ldquo;Export Behavior and Firm Productivity in German Manufacturing: A Firm-Level Analysis,&rdquo; <i>Review of World Economics</i>, 141(2), 2005, 219-243.</li> <li>Cho, Jang Hee, Hyunbae Chun, and Jung Hur, &ldquo;Choosing multiple offshoring strategies: Determinants and complementarity&rdquo;,&nbsp;<i>Journal of Japanese and International Economies</i>, 34, 2014, 42-57.</li> <li>Girma, Sourafel, Richard Kneller, and Mauro Pisu, &ldquo;Exports versus FDI: An Empirical Test,&rdquo; <i>Review of World Economics</i>, 141(2), 2005, 193-218.</li> <li>Head, Keita, and John Ries, &ldquo;Heterogeneity and the FDI versus Export Decision of Japanese Manufacturers,&rdquo; <i>Journal of the Japanese and International Economies</i>, 17(4), 2003, 448-467.</li> <li>Helpman, Elhanan, Marc J. Melitz, and Stephen R. Yeaple, &ldquo;Export versus FDI with Heterogeneous Firms,&rdquo; <i>American Economic Review</i>, 94(1), 2004, 300-316.</li> <li>Melitz, Marc. J., The impact of trade on intra-industry reallocations and aggregate industry productivity, <i>Econometrica</i>, 71(6), 2003, 1695-1725.</li> <li>Tomiura, Eiichi, &ldquo;Foreign outsourcing, exporting, and FDI: A productivity comparison at the firm level,&rdquo; <i>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s</i>, 72(1), 2007, 113-127.</li> </ul> </div> <p class="note">경제서신의 내용은 저자의 견해이며 한국경제학회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p>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