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서신
2020 - 01
주택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하여2020.11.30

손재영건국대 부동산학과
황세진한국개발연구원

글 머리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국민의 주거수준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1970년에 436만 호에 불과하던 주택 수가 현재는 2천만 호를 상회하며, 주택의 크기, 1인당 및 1가구당 주거면적 등도 2∼3배 확대되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온수시설과 수세식 화장실을 갖춘 가구가 1980년까지도 각각 9.9%, 18.3%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거의 모든 국민이 그런 현대식 주거설비를 갖추고 있다. 국민 주거여건이 개선되는 과정에 정부가 큰 역할을 하였으며, 그런 의미에서 주택정책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국민의 상당수가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불만이다. 이번 정부도 이 상황을 타개하려고 연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주택시장의 불안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과격한 처방들을 20여 차례나 동원했음에도 문제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문제의 진단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글은 현재의 주택정책 패러다임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향후 어떻게 개편되어야 하는지 논의하고자 한다.

현행 주택정책의 기조: 박정희-전두환 패러다임

1960년대의 절대 빈곤 상황에서 국민 주거여건이 좋았을리 만무하지만,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여력은 거의 없었고, 1970년대에 비로소 도시-토지-주택 부문의 제도적 틀을 구축하는 노력이 본격화되었다(국토개발연구원, 1996, 제 6장). 그러나 빠른 경제성장에 따른 토지·주택가격 급등이 간헐적으로 반복되면서 그에 따른 경제사회적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한 각종 긴급대책들도 빈번하게 나왔다. 현재의 주택정책은 장기적인 제도를 만들어가는 노력들과 함께 단기적 문제의식에 바탕을 둔 긴급대책들이 혼재되면서 형성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현행 주택정책의 기조는 수요 측면에서 “투기억제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 공급 측면에서 “대단위 택지개발을 통해 주택을 대량생산한다”라는 두 축인데, 전자를 박정희 패러다임 후자를 전두환 패러다임으로 부를 수 있다.

박정희 패러다임은 1960년대 후반부터 형성되었는데 투기적 가수요를 차단하여 부동산 가격상승을 억제하려는 시도이다. 초기에는 주택보다 토지가 주된 문제였는데, 투기억제를 위한 제도 도입 및 강화와 함께 가격급등 지역에 국세청-검찰-건설부 합동단속반을 파견해 시장을 냉각시키는 조치도 빠지지 않았다. 투기의 조작적 정의는 시기별로 달랐다. 초기에는 공한지나 유휴지 등의 보유를 투기로 판정하고, 조세, 금융, 행정적 제재를 중복적으로 부과했다(토지공개념연구위원회, 1989). 이러한 접근법은 역대 정부에 계승되었고, 이번 정부에서 대폭 강화되었다.

토지·주택가격 상승은 누군가의 거래를 통해 나타나지만, 그들을 투기 행위자로 지목하고 제재를 가해 가격상승을 막을 수 있을까? 1960년대부터 수많은 투기억제 대책들이 시행되고도 여전히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이 접근법은 실패하였다. 빠른 경제성장이든, 풍부한 유동성이든, 또는 수급 불균형이든 가격을 올리는 배후의 경제적 동력이 건재하면 올라야 할 가격은 오른다. 투기억제 대책들은 국민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치적으로 필요할 수 있지만, 가격상승의 속도를 통상 몇 개월 늦추는 이상의 효과를 가지지 못했다.1)

전두환 패러다임은 공공부문의 대규모 택지개발을 바탕으로 주택을 대량 생산, 공급하는 제도적 틀인데, 1980년에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서 「택지개발촉진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되었다. 동법에 의한 전면매수 방식의 공영개발사업 구조를 <그림 1>로 설명할 수 있다. 미개발 토지가격(E)은 개발 전 농지나 임야의 가격이다. LH 등의 공공개발사업자가 토지를 매수 또는 수용하는 가격(D)은 감정평가를 통해 정해지지만 최소한 농지, 임야 상태 가격보다 높게 책정된다. 그렇지 않다면 사업추진이 불가능할 정도로 저항이 클 것이다. LH 등이 일정한 개발계획 하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을 만드는 생산과정이 택지개발이며, 개발이 완료된 부지는 용도에 따라 가격(C)이 정해지고 건설업체(주택사업 시행자)에게 분양된다. 이후 건설업체는 주택을 지어 주택분양가(B)로 소비자에게 파는데, 그 가격은 분양가규제 하에서는 물론이고 규제가 없어도 인근 유사주택 가격(A)보다 저렴하다. 그렇지 않다면 소비자들이 선분양을 통해 미리 대금을 치루면서 몇 년씩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택지개발 및 주택분양 구조는 참여한 모든 주체들이 이익을 얻는 윈-윈 게임이다. 미개발토지를 갖고 있던 사람은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지만) 농지, 임야 상태일 때보다 더 높은 가격에 토지를 매도하고, LH 등 공공개발사업자나 건설업체도 이익을 본다. 주택을 분양받는 사람은 인근 주택보다 저렴한 가격에 새 집을 얻는다. 국가나 지자체는 LH 등이 택지가격에 얹어 인프라를 건설하므로 무료로 비싼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개발사업의 규모가 분당, 일산, 세종시 같은 신도시급이라면 완전히 새로운 도시가 공짜로 생겨난다. 모든 참여자들이 이익을 보는 구조를 가진 덕분에 공영개발 방식에 의한 택지개발 및 주택 대량공급 사업들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지속되었고, 수백만 가구가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었다.

그림 1공영개발의 개발이익 분배 구조
자료: 손재영(2019)

대단위 택지개발사업은 관련 법령들의 규율과 정부, 지자체, 공기업, 민간기업들의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협조체제 속에서만 진행될 수 있다. 공영개발에 관련된 여러 법령 중 핵심은 강력한 공공사업용지 매수 및 수용제도이다. 토지소유자의 재산권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확고한 원칙이 없었다면, 토지개발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토지소유자에게 독점될 뿐 여러 참여자들에게 골고루 배분되지 못했을 것이다. 참고로, 주택부족을 호소하는 개발도상국들이 우리나라와 같은 공영개발의 선례를 따르기 힘든 주된 이유는 토지의 매수 또는 수용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2)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도 부동산 정책이 투기억제와 동일시되는걸 보면 박정희 패러다임은 국민 의식에 뿌리내렸지만3) 부동산 가격안정 같은 실효성 측면에서는 실패했다. 전두환 패러다임도 절대적 주택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새로이 대두되는 문제들에 대처하기 미흡한 측면이 있다.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면서 주택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쉽지 않겠지만, 몇 가지 실증적인 사실만을 공유해도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로, 박정희 패러다임의 문제의식은 투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가격이 수요-공급에 따른 희소성의 지표일 뿐, 가격이 너무 높거나 낮다는 판단에 조심스러워 하는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주택가격이 “너무 높다”는 판단, 그래서 정부가 개입하여 교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장이 어떤 형태로든 왜곡되었다거나, 거품이 성장하고 있다는 등의 전제 아래서만 정당하다. 그러나, 2,000만 호의 주택스톡과 거의 같은 수의 수요자, 아파트 보급이 확산되면서 주택들이 표준화되고 대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시장지배력을 가질 수 없도록 한다. 또, 예외적인 시기와 지역을 제외하고 가격거품의 징후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주택가격은 대체로 주택의 가치를 반영해 왔고, 시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가격수준이나 상승률 자체가 다른 경제지표와의 비교, 외국과의 비교를 통해 부정할 수 없이 높다면 시장의 왜곡을 의심할 근거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주택가격이 “너무 높다”는 주장은 국내외 통계로써 뒷받침되지 못한다. 주택가격 통계가 시작된 1986년 1월 대비 2020년 9월 전국 KB주택매매가격 지수는 203%, 소비자물가지수는 235%가 올라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못미쳤다. 서울지역의 주택가격이 최근 몇 년 급격하게 상승한 것은 사실이나,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장기간 하향 안정추세였음을 상기해야 한다. 서울-강남지역-아파트로 좁혀보면 물가보다 높은 가격상승률을 보이지만, 근로자 가계소득 증가율 보다는 여전히 낮다. 국가별 주택가격 상승률이나 수준 자료, 주택가격의 소득대비 배율(price income ratio; PIR) 등을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유난히 높지 않다(이창무·조만·김현아, 2012; 그림 2).

그림 2OECD 국가들의 PIR 추이 (2015=100)
주: 굵은 실선이 한국을 나타냄.
자료: OECD, 2019.

흔히 서울 강남아파트 가격동향이 주택정책 방향을 결정하지만, 강남아파트 가격이 다수 국민의 주거불안을 야기한다고 볼 이유가 없다.4) 그렇다면 주택정책은 국민 주거안정이라는 본령을 벗어나서 소득분배, 자산분배, 또 이들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문제를 풀려고 시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불평등이 4차 산업혁명으로 지칭되는 경제사회 구조의 재편, 국제적 상품과 자본의 교류, 기타 생산요소들 간의 상대적 분배율 변화 등의 거대한 조류보다 주택시장에 뿌리를 둔다는 주장은 주택의 중요성을 과장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로, 투기억제 정책을 정당화하고 또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민경제에 피해를 주는 “투기”가 명확히 정의되고,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해야 한다. 50년 이상 지속된 투기억제 정책의 목표가 달성되지 않은 가장 중요한 원인은 억제해야 할 투기가 무엇인지 정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자본이득을 겨냥한 부동산의 취득, 보유, 처분 등을 투기라고 한다면, 모든 국민의 모든 부동산 활동이 투기이다. 부동산이 자산인 한 자본이득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에 “불필요한” 또는 “과도한” 같은 형용사를 넣는다고 개념 정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무엇이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지에 대한 규정은 자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대표적인 투기세력으로 다주택자를 지목하지만, 다주택자는 우리나라의 임대주택 시장에서 절대 다수의 물량을 공급한다. 2015년 센서스에 의하면 공공과 민간의 제도권 임대주택에서 거주하는 가구가 194만인데 비해 632만 가구, 즉 전 가구의 약 1/3이 비제도권 임대주택 공급자(다주택자나 다가구 소유자)에게서 집을 구했다. 이런 막대한 물량의 임대주택이 정부의 지원없이 공급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가 이 역할을 대신하려면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예산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 다주택자들이 스스로 노후 준비수단을 한다거나,5) 미분양주택이 많은 등 가격이 낮을 때 사들이고 높을 때 팔아서 시장 자율조정기능을 한다거나 등 여러 근거로 다주택 투자가 나름대로의 긍정적 역할을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셋째로, 투기억제 대책들은 빠짐없이 조세 측면의 제재를 포함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부동산 세부담이 낮아서 대폭 올려도 좋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2000년대 중반까지 시가의 20∼30%에 불과했던 과표가 현실화되었고, 부동산정보 투명성이 높아졌으며, 종부세가 도입되는 등으로 우리나라의 GDP대비 재산과세 부담이 미국, 일본보다도 높아졌다(그림 3).

세금으로 자산가격을 낮추는 원리는 자산의 미래소득을 줄여서 내재가치를 하락시키는 효과이다. 사과 한 개를 반 조각으로 잘라내면 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같다. 세금부담이 자본화되는 만큼 주택가격이 떨어지겠지만, 낮은 가격에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은 늘어난 세금의 납세의무를 지므로 이득이 없다. 이득을 보는 것은 정부 뿐이다. 정부로의 자원배분이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한지, 또 그 최적의 수단이 부동산 조세인지에 대한 논의 없이 투기억제를 명분으로 세금을 올리는 상황이다.

세금을 올릴 때 “다른 조건이 다 같다면” 주택가격이 떨어지겠지만, 현실에서는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 주택가격은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며 조세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시중 유동성이나 이자율, 지역별 수급, 소비자 선호의 변화 같은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 세금만으로 주택가격을 잡기는 힘들다. 이론적으로 부분균형론적 단기효과와 일반균형론적 장기효과가 다를 수 있다. DiPasquale and Wheaton(1996)의 4분면 모형이 보여주듯이 세부담 증가가 주택공급을 위축시키고, 그 결과 임대료가 올라갈 수 있다(김경환·손재영, 2020).

그림 3OECD국가의 GDP대비 재산과세 비중: 2018년의 순위 및 2000년과의 비교
주: 2018년 자료가 없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멕시코는 포함되지 않음.
자료: OECD, 2019.

주택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우리는 주로 박정희 패러다임의 실패에 대해 논의하였다. 소수의 투기자를 가려내고 처벌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과도한 규제들이 필요할 정도로 시장이 왜곡되어 있다는 증거도 없다. 우리나라의 빠른 경제성장과 소득증가, 도시화의 진전과 주택수급의 불균형, 유동성 공급 등이 부동산 가격을 올렸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경제변수들 간의 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것이지, 투기적 거래자들의 인위적인 시장조작 때문에 오르지 않았다.

박정희 패러다임에서 벗어난다면 우리나라 주택정책은 교과서적인 주택정책 패러다임에 가까워질 수 있다. 주택정책의 임무는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국민들도 인간다운 존엄을 지키며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를 보장하는 것이다. 정책의 초점은 내집마련이 불가능한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이다. 중산층은 저렴한 분양주택을 공급하되 금융이나 세제 혜택으로 지원한다. 고소득층은 지원이 불필요하지만 간섭하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런 주택정책 패러다임을 채택하는 이유는 주택이라는 재화의 특성이 어디에서나 같기 때문이다. 즉, 안정된 주거는 인간다운 삶에 필수적이지만, 주택은 매우 비싸다. 누구나 꼭 필요로 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정부가 다수 국민의 주거를 해결해 줄 수 없다. 따라서 자기 힘으로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도록 하되 금융, 세제 측면의 간접지원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일반적인 주택정책 패러다임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특별한 여건에 따른 정책들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하나를 꼽는다면,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한 대책들일 것이다.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따른 주택수요의 급격한 감소, 이에 따른 가격 폭락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Mankiw-Weil(1989)류의 실증분석들은 우리나라의 주택수요가 2030년 이후까지도 증가할 것을 예측한다.6) 전체인구가 줄어도 가구 수가 증가하고, 주택 수요 연령대의 인구가 늘어나며, 소득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인구는 주택수요를 결정하는 많은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공급부문의 대응도 공급과잉의 발생을 막거나 지연시킬 것이다. 또한, 생애주기가설의 예측과 달리 고령 은퇴자의 주거 하향 이동의 징후도 뚜렷하지 않다.7) 살던 곳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은 소위 “Aging in place”의 경향 때문일 것이다.

주택수요의 감소 보다는 지역별 격차의 확대가 현실적인 우려이다. 일본이 경험한 바와 같이 지방도시 및 위성도시의 쇠퇴와 대도시, 특히 서울로의 인구회귀가 예상되며, 농촌과 지방도시의 공가(空家) 문제가 심화될 것이다.8)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도시재생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도 실효성있는 사업내용이나 방식은 떠오르지 않고 있다.

이번 정부는 재건축, 재개발사업 등 도시정비사업에 호의적이지 않다. 안전진단 기준을 높이는 등 인허가를 까다롭게 하고, 임대주택 건설의무, 재건축초과이득 환수, 분양가 상한, 공공주도 등 여러 걸림돌을 만들었다. 아파트의 보급이 1970년대 본격화되었고, 특히 1980년대 말의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에 따라 막대한 물량이 건설되었다. 지은지 30년 이상된 아파트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으며,9) 낡은 주택들을 새로운 주거문화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크다.

정부의 지원에 기대지 않고 민간 스스로 도시환경과 주거여건을 개선하는, 즉 도시를 재생해가는 노력을 위축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달동네 담장에 벽화그리기를 넘어서는 실질적인 도시재생 사업은 수 천억, 수 조원 단위로 진행된다. 정부 지원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민간의 토지와 자본에 의존하는 재건축, 재개발 사업방식을 근간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이들 사업을 활성화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정부의 예산 지원은 저소득층 주거나 생활 근거지 확보 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계층별 맞춤형 지원이라는 새롭지만 오래된 교과서적인 패러다임의 정착을 위해서는 박정희 패러다임을 지워나가면서, 전두환 패러다임의 초점을 신도시 개발에서 도시재생으로 전환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정부에서 투기억제를 위해 도입한 수 많은 과도한 규제 및 세제를 정상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손재영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1995년부터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토지공개념연구위원회, 주택정책심의위원회, 중앙도시계획위원회, 국민경제자문회의 등의 위원을 역임하였다.
황세진 전문연구원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 학사 및 경제학 석사 학위를, 건국대학교에서 부동산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11년부터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경제동향 및 전망, 부동산시장 동향 등을 담당하고 있다.

  • 1)부동산 정책의 변화가 부동산 가격 변동에 영향을 주는가를 연구한 결과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결론을 얻었다. 일례로, 함종영·손재영(2012)에서 주택시장 동향은 정책형성에 영향을 주지만, 그 역의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2)이런 의미에서 강력한 형태의 토지공개념 제도가 1980년에 실질적으로 도입되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헌법개정 논의에서 토지공개념 조항의 필요성이 언급되지만, 기존 제도들 이상의 무슨 구체적인 제도들이 새로이 도입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 3)대표적으로, 국정브리핑 특별기획팀(2007)은 모든 토지, 주택문제의 해결은 투기억제에 달려있으며, 역대 정부의 정책도 일관되게 투기억제를 위해 노력했는가 하는 기준만으로 평가하는 단순하고, 어찌보면 편리한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 4)2019년 서울 강남 3구 (또는, 4구)의 주택 수는 서울시 전체의 17.3% (또는, 21.5%)로 작은 비중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없을 정도로 높은 비중도 아니다. 서울 강남 주택가격의 확산효과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실증분석들의 결과가 일관되지 않으며 최근으로 올수록 그 효과가 작다(장병기, 2014; 이항용·이진, 2014; 김현학·정호성·임호성, 2016; 전형철·형남원, 2018). 글로벌 금융위기(GFC) 이후 2015년까지 서울, 수도권 시장은 장기 침체되었지만 지방 대도시 주택시장이 호황을 경험하였던 때문일 것이다.
  • 5)소득이 증가하거나 여유자금이 생길 경우 부동산에 투자할 의사가 있는 가구주는 52.3%로, 주된 투자 목적은 ‘내 집 마련’이 33.2%, ‘노후 대책’이 20.1% 순으로 나타났다(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
  • 6)Mankiw-Weil의 접근법을 개량하여 우리나라 주택수요를 전망한 연구들로는 이창무·박지영(2009), 국토해양부(2011), 조만 외(2012), 정의철(2017) 등인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급격한 주택수요 감소를 부정하는 결론을 얻고 있다.
  • 7)중고령가구의 주택 자산 소비행태에 관련된 선행연구 소개 및 우리나라 자료를 이용한 실증분석에 대해서는 김준형·김경환(2011), 고진수·최막중(2012), 정의철·이경애(2013), 김용진·손재영(2014), 정의철(2016) 등 참조.
  • 8)2015년 센서스에 의하면 7개 도 지역의 공가율이 10%에 가깝거나 초과하고 있는데 전남의 경우 13.8%에 달하였다. 전국적으로 농촌 지역은 물론 중소도시에서도 빈집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 추세가 대도시 인근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 9)서울시의 경우 2019년 기준 1989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이 56만호(19%)인데 그중 아파트는 29.3만호(전체 아파트의 17%)에 달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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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병기, “주택가격의 지역 간 전이 효과와 시간가변 특성”, 『주택연구』, 제22권 제2호, 2014.
  • 전형철·형남원, “주택의 매매 및 전세가격의 확산효과에 대한 분석: 강남효과를 중심으로”, 『주택연구』, 제26권 제1호, 2018.2.
  • 정의철, “고연령 자가거주 가구의 주거소비 조정 결정요인 분석”, 『주택연구』, 제24권 제2호,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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