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제의 장기 성장 경로 분석과 경제 성장률의 결정 요인 분석은 1980년대 내생적 성장 이론의 등장과 더불어 경제학의 중요한 연구 분야였다. 신성장이론은 과거의 성장모형에서 간과되었던 인적자본, 기술, 제도, 정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저자의 초기 연구는 신성장이론의 토대에서 무역 (Lee 1993), 인적자본 (Barro and Lee 1994), 자본재 수입 (Lee 1995), 외국인 직접투자와 기술흡수능력 (Borensztein, De Gregorio and Lee 1998)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하여 한국의 산업· 기업별 자료를 이용한 분석(Lee 1995, Borensztein and Lee 2002)과 국가간 거시 자료를 이용한 분석을 한 바 있다(Lee 2016).
저자는 신흥국과 한국을 대상으로 한 과거 연구의 연장선에서 최근에는 남북한 경제 통합별 시나리오에 따른 북한의 성장잠재력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Noland, Robinson and Wang (2000), Bradford and Phillips(2005), Funke and Strulik (2005), Brown, Choi and Kim (2012), Kim (2017) 등과 같이 북한 경제에 대한 전문가들이 이미 우수한 연구들을 많이 하였다. 그러나 경제성장·경제통합 이론에 기초한 연구가 아직 부족하고 앞으로 남북한 경제협력과 통합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이 분야의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미흡하지만 이 기회에 본인의 최근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McKibbin, Lee, Liu, and Song (2017)은 남북한 통일이 양국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세계 동태확률일반균형 모형(Global DSGE model)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이 모형은 기존의 세계 모형에 2014년의 북한 거시경제 및 부문별 데이터베이스, 산업간 투입-산출표를 결합하여 구축하였다. 북한의 개혁과 점진적인 소득 수렴,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와 즉각적인 통일, 그리고 남북한의 혼돈과 위기 지속이라는 세 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남북통일이 경제 활동, 무역 및 자본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추정하였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북한의 개혁과 점진적인 수렴은 중국의 친시장적 개방경제 형태를 띨 것이고 남북한의 통일 과정에서 남한의 재정 지원은 매년 남한 GDP의 1.5% (북한 GDP의 60%) 수준으로 가정하였다. 시뮬레이션 결과 북한은 생산성 증가와 함께 매년 10%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추계되었다. 두 번째 시나리오의 경우에는 북한의 체제 붕괴로 투자와 생산성이 초반에 크게 감소하나 이후 개혁과 함께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였다. 남한은 북한에 대한 재정 지원이 많아지고 실질 소득이 감소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북한의 경제 규모로 인해 남한이 받는 무역과 금융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 또한 북한 이주민으로 인해 남한 노동시장이 교란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점진적인 이주의 경우 이주민 수용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와 준비되지 않은 무질서한 통일 과정이 발생하면 해외투자자들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남한의 관리능력을 의심할 것이고 이에 따라 통일 과정 초반에 상당한 순해외투자 감소가 발생하고 남한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였다.
Lee and Pyun (2017)은 국가 간 자료에 근거한 실증 분석을 통하여 북한이 개방 시장경제로 실질적인 개혁을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더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 논문은 무역 및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중력 모형(Gravity model)을 통해 남북이 군사적 갈등 없이 경제 통합과 협력을 추구할 때 남북한 무역 규모가 북한 GDP의 36%까지, FDI는 북한 GDP의 6%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였다. 전반적으로 남한과의 무역 및 FDI 통합과 시장지향적인 개혁을 통해 북한은 향후 수십 년 동안 매년 약 4.7%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반대로 북한에 매우 엄격한 경제제재가 지속되면 무역 및 투자가 감소하고 북한의 GDP 성장률은 연간 약 2%p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분단 이후 약 7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국민들은 통일에 대한 열망이 높다. 하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 역시 큰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통일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 통일의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과 통일의 경제적 혜택과 비용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조동호 (1997), 송준혁 (2013), 김규륜 외 (2012)는 통일 비용과 편익을 추정한 대표적인 선행연구들이다.
강문성, 이종화, 편주현 (2014)은 경제성장모형을 이용해 북한 경제가 개혁⋅개방정책을 단행하고 남북한 경제가 점진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통합되는 경우를 가정하여 경제통합(통일)의 혜택과 비용을 추정했다. 또한 경제통합에 따른 남북한 무역규모 변화를 추정하였고, 한반도 평화와 전쟁 방지의 경제적 혜택 역시 분석했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남북한의 경제적 통합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2025년에 통일이 되는 시나리오를 설정하여 남북한 경제적 혜택의 크기를 계산하였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고, 남한과 경제적 통합을 이루어 나간다면 투자율 상승, 기술 진보율 상승, 인적자본 축적 속도 향상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남북 협력 사업과 남북 간 교역 확대, 남북한의 국방 인력 및 국방비 축소 등이 이루어지면 북한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추정하였다. 2050년까지 남북한 경제규모의 격차와 일인당 소득의 격차가 줄어드는 소득의 수렴(convergence)이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통일 비용을 분석함에 있어, 순수하게 남북한의 소득 격차를 보전하기 위해 남한에서 북한으로 지불하는 이전 지출만을 통일 비용으로 간주하였다. 이 경우 남북한의 점진적인 경제통합을 통해 통일을 이루는 경우의 총혜택이 총비용보다 클 수 있음을 보였다. 그러나 남북한이 현재의 상태로 분단을 유지하다가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통일을 맞이하게 될 경우, 점진적으로 통일을 준비해온 경우보다 훨씬 많은 소득 보전 비용과 적응 비용을 지불해야 함을 보였다.
앞서 언급한 저자의 연구들은 주로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경제성장과 통합의 분석 틀을 이용하여 남북한 간의 경제협력, 통합의 효과를 분석한 것이다. 여러 시나리오를 통해 경제 전반에 관한 거시 변수들을 통합적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실제 남북한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통합, 통일의 과정을 분석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앞으로 좀 더 정교한 경제 모형을 통한 분석, 미시적인 자료를 이용한 연구와 법·제도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 한반도의 통일이 동북아시아 주변 국가들의 무역, 직접투자, 금융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관한 분석도 필요하다.
참고문헌
- 강문성, 이종화, 편주현, “남북한 경제통합의 혜택과 한반도 통일 국가의 역할,” 아연출판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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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준혁, “내생적 성장모형을 이용한 남,북한 경제통합 성장 경로 분석,” 『한국경제의 분석』, 20(1), 2014, 57-105.
- 조동호, “통일에 따른 경제적 편익,” 전홍택, 이영선(편), 『한반도 통일시의 경제통합전략』, 서울: 한국개발연구원,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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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nke, M., & Strulik, H., “Growth and convergence in a two-region model: the hypothetical case of Korean unification,” Journal of Asian Economics, 16(2), 2005, 255-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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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 J. W., & Pyun, J. H. (2016). North Korea's economic integration and growth potential, CAMA Working Paper No. 69/2016. Available at SSRN: https://ssrn.com/abstract=2875143 or http://dx.doi.org/10.2139/ssrn.2875143
- McKibbin, W. J., Lee, J. W., Liu, W., & Song, C. J. (2017). Modelling the economic impacts of Korean unification, CAMA Working Paper No. 30/2017. Available at: https://cama.crawford.anu.edu.au/publication/cama-working-paper-series/9652/modelling-economic-impacts-korean-unification
- Noland, M., Robinson, S., & Wang, T., “Modeling Korean Unification,” Journal of Comparative Economics, 28(2), 2000, 400-421.
- St. Brown, M., Choi, S. M., & Kim, H. S., “Korean economic integration: Prospects and pitfalls,” International Economic Journal, 26(3), 2012, 471-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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