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서신
2018 - 01
우리나라 제조기업의 생산성과 국제화 전략2018.05.14

허 정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기업의 생산성은 국가 경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개방경제형 국가에서는 기업들이 해외투자 및 무역 등 다양한 국제화 전략을 취하고 있어, 이 기업들의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이 국가 경제 발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어져 왔다. 이러한 인식은 연구자들과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 널리 공유되고 있다.

기업단위의 생산성에 대한 이해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연구소 및 학계에서는 주로 산업 혹은 거시경제 차원에서의 생산성 연구를 수행해 온 것이 사실이다. 기업 수준의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동일 산업이라 하더라도 개별 기업들의 이질적 특성(Heterogeneity)에 따라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할 수 있으며, 그러한 기업들의 전략 선택의 결과가 바로 산업의 수준과 발전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국제무역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수출산업이라 하더라도 그 안의 모든 기업들이 다 수출을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어떤 이유로 인해 수출을 하는 기업들이 줄어들게 되면 산업수준에서의 비교우위도 사라질 수 있게 된다. 결국, 기업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산업 더 나아가서 국가경제 전체에 대한 이해도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선진국들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바탕을 두고 기업 생산성과 국제화 관련 연구가 매우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초기 연구로는 Melitz (2003)가 있는데, 수출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이 성장한다는 기존의 학습가설과 반대로, 기업의 생산성 수준이 높을수록 수출시장 진출의 가능성이 더 높다는 소위 시장선별(Market selection) 가설을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Helpman, Melitz and Yeaple (2004)는 수출뿐만 아니라 해외직접투자 행위도 역시 기업 수준의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이론적 실증적으로 증명하였다. 미국을 시작으로 하여, 2000년 중반에 영국(Girma, Kneller and Pisu, 2005), 독일(Arnold and Hussinger, 2005) 그리고 일본(Head and Ries, 2003; Tomiura, 2007)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러한 가설이 검증 및 확인되어 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실증분석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이후이며 최근에 좀 더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이에 본 글에서는 본인이 수행한 관련 연구 3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기존의 연구와 동일한 방법론과 기업 수준의 마이크로자료를 이용한 우리나라 연구로는 전현배·조장희·허정(2013)이 있다. 이 연구는 Helpman, Melitz and Yeaple (2004)의 가설을 우리나라 기업에 적용한 사례이다. 2006년부터 2008년 사이 5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4,338개의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하여, 이들의 생산성을 추정하고 국내기업군(39.6%), 수출기업군(41.0%), 그리고 수출과 해외직접투자를 동시에 수행하는 다국적기업군(19.4%)으로 나누어 이들 간의 생산성 격차가 실제로 존재함을 보이고 있다. <그림 1>은 기업의 국제화 전략별 기업의 생산성 누적확률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이 그림에서 보여주듯이, 연도에 상관없이 국내기업군 < 수출기업군 < 다국적기업군의 순서로 생산성 격차가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각 산업 내에서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제조산업 전체의 자본집약도와 R&D집약도 평균을 기준으로 평균이상 산업과 그 이하 산업으로 구분한 후, 이들 산업군 내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검증하였다. 그 결과 자본집약도 및 R&D집약도의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산업군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 특성상 모기업의 자회사 경영개입이 예상되는바 모기업이 없는 독립기업을 대상으로 하여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그림 1기간별, 생산성별, 국제화 전략별 누적확률분포
A. 노동생산성(LP), 2007
B. 총요소생산성(TFP), 2007
C. 노동생산성(LP), 2008
D. 총요소생산성(TFP), 2008
  • 어떠한 국제화 전략도 수행하지 않은 기업집단
  • 수출만 수행하는 기업집단
  • 수출과 해외직접투자를 동시에 수행하는 기업집단

둘째, 우리나라 기업의 국제화 전략은 단순히 수출과 해외직접투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매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시아 지역의 글로벌 가치사슬에 깊게 참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글로벌 가치사슬 내에서는 수출기업이 동시에 수입도 하는 매우 복잡한 투입-산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제조기업이 생산에 들어가는 각종 중간재를 구매할 때 비용절감을 위해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에서 조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오프쇼어링이라고 하는데, 수출과 오프쇼어링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연구로 조장희·허정(2013)이 있다. 이 논문은 두 가지 사실에 근거하여 실증분석을 진행하였다. 우선, 아래의 <표 1>에 따르면 수출하는 기업군과 오프쇼어링하는 기업군들의 생산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의 생산성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출기업군은 60% 이상이며 오프쇼어링기업군은 6% 정도 수준이다. 그 다음으로는 수출과 오프쇼어링을 병행하는 기업(8.1%)이 오프쇼어링만 하는 기업(2.5%)보다 더 많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은 수출과 오프쇼어링의 복수전략을 취하는 기업과 그들의 생산성이 매우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추론에 대해서 실증분석을 한 결과, 실제로 생산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수출과 오프쇼어링을 병행하는 국제화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즉,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된 기업일수록 그 생산성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기업수준 자료를 통해 처음으로 보여준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표 1오프쇼어링 및 수출 여부에 따른 총요소생산성 비교
A. 오프쇼어링
2007 2008 2009 2010 Total
오프쇼어링 수행기업(OF) 2.580(0.009) 2.634(0.010) 2.685(0.011) 2.609(0.011) 2.623(0.005)
오프쇼어링 비수행기업(DOM) 2.782(0.034) 2.972(0.045) 3.001(0.044) 2.929(0.046) 2.909(0.021)
전체 표본 2.592(0.008) 2.653(0.041) 2.704(0.010) 2.629(0.010) 2.640(0.005)
OF - DOM 0.201*(0.035) 0.338*(0.041) 0.316*(0.043) 0.320*(0.043) 0.286*(0.020)
B. 수출
2007 2008 2009 2010 Total
비수출 기업(Non-Export) 2.532(0.013) 2.574(0.015) 2.594(0.017) 2.481(0.018) 2.542(0.008)
수출 기업(Export) 2.637(0.011) 2.696(0.012) 2.759(0.013) 2.695(0.013) 2.695(0.006)
전체 표본 2.592(0.008) 2.653(0.010) 2.704(0.010) 2.629(0.010) 2.640(0.005)
Export – Non-Export 0.105*(0.017) 0.122*(0.020) 0.165*(0.022) 0.214*(0.022) 0.153*(0.010)
주: 각 셀의 값은 연도별, 오프쇼어링 및 수출 활동별 총요소생산성의 로그 평균이며, 괄호는 표준오차를 의미한다. *는 양측검정 1%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함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중간재 수입 방식, 즉 오프쇼어링의 종류를 둘로 구분하여 기업의 생산성과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으로는 Cho, Chun and Hur (2014)이 있다. 우선 오프쇼어링을 foreign insourcing과 foreign outsourcing으로 나누었다. 전자는 해외 자회사로부터 중간재를 조달하는 방식이고, 후자는 해외 비자회사로부터 중간재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 논문에서는 2007년 우리나라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하여 이 두 가지 전략의 보완성에 대한 실증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 생산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이와 같이 복수의 중간재 조달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로, 이 논문에서는 이 복수 전략을 선택하는 방식이 두 가지로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동종의 중간재를 조달하는데 있어서 foreign insourcing과 foreign outsourcing을 동시에 취하는 bi-sourcing 방식이 있을 수 있으며, 서로 다른 이종의 중간재에 대해서 foreign insourcing과 foreign outsourcing을 각각 취하는 hetero-sourcing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전자와 같이 bi-sourcing 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중간재의 해외시장 가격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고자 하는 내부화 동기(internalization)가 있으며, 후자와 같이 hetero-sourcing 방식을 취하는 이유로는 제품의 다각화 및 판매시장의 다각화의 동기(Diversification)가 있다고 설명한다. 어떤 방식이든지 간에 이러한 복수의 전략을 취하는 기업은 해외투자를 병행하는 다국적 기업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의 다국적 기업들은 현지 생산판매보다 국내의 생산시설과 연계하여 중간재 조달을 위한 생산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기업들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선진국형 다국적 기업들과는 다른 전략으로 보인다. 선진국형 다국적 기업들은 제조시설을 해외로 옮기면서 자국 내의 생산시설과 고용의 공동화 현상을 겪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다국적 기업의 해외투자는 국내생산시설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글로벌 가치사슬의 한 단계로 편입을 하여 중간재 조달과 생산, 그리고 수출 등을 연계하기 위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생산성이 매우 높은 기업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상의 3편의 논문에서 밝히고 있는 공통된 사실은,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의 생산성은 기업 수준에서의 생산성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으며, 특히 중국과 아시아 지역의 글로벌 가치사슬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우리나라 제조기업들은 복수의 다양한 국제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과 수입, 그리고 해외직접투자와 같은 국제화 전략을 취하는 기업들은 국내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해 나갈 때 결국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국민들의 소득과 복지후생 수준 역시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허정 교수는 2001년 미국 위스콘신 대학(매디슨)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였고,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로 재직하였다. 2008년 모교인 서강대학교로 돌아온 후 개방경제하의 한국경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 분야의 기업과 사업체 수준의 마이크로 데이터에 기반한 실증분석을 하고 있다. 그동안 총 46편의 학술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간하였으며,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연구주제로는 기업의 생산성과 국제화 전략, 글로벌 가치 사슬 속에서의 기업 성장, 기업들의 국제화 전략으로 인한 국내고용과 생산성에 대한 영향, 그리고 제조기업들의 수출동학 패턴 등이다. 한국경제학회, 한국경제연구학회, 한국국제통상학회, 한국국제경제학회, 그리고 응용경제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참고문헌

  • 전현배·조장희·허정, “기업의 생산성 격차와 국제화 전략,” 『경제학연구』, 제61권 제1호, 2013, 5-30.
  • 조장희·허정, “한국의 제조기업 총요소 생산성과 오프쇼어링의 선택,” 『한국경제연구』, 제31권 제4호, 2013, 27-52.
  • Arnold, Jens Matthias, and Katrin Hussinger, “Export Behavior and Firm Productivity in German Manufacturing: A Firm-Level Analysis,” Review of World Economics, 141(2), 2005, 219-243.
  • Cho, Jang Hee, Hyunbae Chun, and Jung Hur, “Choosing multiple offshoring strategies: Determinants and complementarity”, Journal of Japanese and International Economies, 34, 2014, 42-57.
  • Girma, Sourafel, Richard Kneller, and Mauro Pisu, “Exports versus FDI: An Empirical Test,” Review of World Economics, 141(2), 2005, 193-218.
  • Head, Keita, and John Ries, “Heterogeneity and the FDI versus Export Decision of Japanese Manufacturers,” Journal of the Japanese and International Economies, 17(4), 2003, 448-467.
  • Helpman, Elhanan, Marc J. Melitz, and Stephen R. Yeaple, “Export versus FDI with Heterogeneous Firms,” American Economic Review, 94(1), 2004, 300-316.
  • Melitz, Marc. J., The impact of trade on intra-industry reallocations and aggregate industry productivity, Econometrica, 71(6), 2003, 1695-1725.
  • Tomiura, Eiichi, “Foreign outsourcing, exporting, and FDI: A productivity comparison at the firm level,” 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s, 72(1), 2007, 11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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