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연구
조선왕조 장기지속의 경제적 기원
김재호(전남대)발행년도 201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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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조선왕조(1392-1910)의 장기지속의 조건을 경제학적 기반에서 새롭게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국왕과 신하, 또는 중앙과 지방간의 세력균형에 주목 하였을 뿐 경제체제에 관한 이해가 피상적이었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정치체 제를 분석할 수 있는 경제학 연구로부터 이론적 자원을 획득하고자 하였다. 특히 국가의 구성원, 즉 엘리트와 대중으로 하여금 국가에 협력(충성과 복종) 하게 만 드는 경제적 유인에 주목하였다. 또한 초보적이지만 조선왕조와 동 시기 明淸代 중국과의 비교를 통해서 조선왕조의 특징을 좀더 명확히 하고자 하였다. 조선왕조는 지배연합을 형성한 엘리트에게 렌트를 보장함으로써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과거제를 통해 엘리트 충원방식을 제도화하고 경쟁적으로 운영함으 로써 지배연합의 구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조 정할 수 있었다. 렌트의 주된 원천은 조선왕조 경제체제의 재분배적 성격을 반영 하여 국가재정과 이에 종속된 상업에 있었으며, 지방재정을 주된 재원으로 하여 형성된 ‘선물경제’는 지배연합을 유지, 강화하는 효과를 발휘하였다. 상공업자를 배제하고 지배연합의 동질성과 농촌적인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조선왕 조의 장기지속에 기여하였다. 이로 인해 엘리트의 부 구성이 토지에 집중된 것은 정치제도의 변화에 대해 보수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대중의 집단행 동을 억압하기 위해서 강력한 법률이 시행되었지만, 대중은 현물재정의 운영에 일정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환곡을 비롯한 공공재 공급을 통 해서 대중의 ‘준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이 조선왕조의 장기지속 을 위하여 중요하였다. 환곡제도는 많은 운영상의 폐단을 낳았지만, 같은 유형에 속하는 명청대 중국과도 대비되는 조선왕조의 두드러진 특징이었으며, 생존 상의 위기가 정치적 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예방하였다는 점에서 조선왕조의 장기지속 에 기여하였다. 조선왕조의 장기지속에는 지배연합에 대한 렌트 분배와 대중에 대한 공공재 공급 간의 균형이 핵심적 조건이었다.